"오마이뉴스 망할 때까지 기사 쓸 겁니다"

[2013 올해의 뉴스게릴라③] 교육계의 조용필, 윤근혁 기자

등록 2013.12.30 08:59수정 2013.12.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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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3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김종술 서부원 윤근혁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4년 2월 14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 그리고 부상으로 태블릿PC를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4 2월22일상'과 '2013 특별상', '2013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올해의뉴스게릴라상을 네 번째 수상하는 윤근혁 시민기자 ⓒ 윤근혁


윤근혁 시민기자. 그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일생에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무려 네 번째 수상하는 독보적인 역사를 달성했다.

편집부로부터 윤근혁 기자의 네 번째 수상 소식을 듣는 것과 함께 그를 인터뷰해 달라는 청탁을 받는 순간, 기자는 뜬금없이 '가수 조용필'을 떠올렸다. 조용필은 1980년대 초, 각종 방송국의 가수왕을 거푸 휩쓸었다. 198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풍미한 이가 가수 조용필이라면 윤근혁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그에 필적할 만한 역사를 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윤근혁 기자는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참 많은 시민기자다. 먼저 그의 직업이  현직 초등학교 교사라는 사실이다. 또한 2013년 12월 18일 현재까지 1566건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기사를 썼는데, 이것이 전부 교육 관련 기사라는 점 역시 그렇다. 어쩌면 별 이슈가 없을 것 같은 교육 주제만 가지고 기사를 써왔는데도 그는 <오마이뉴스>에서 특종상을 여러 차례 받은 기자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그가 써온 특종 기사 제목만 대충 살펴봐도 '아, 그 기사'라고 단박에 알 만하다. 정리하면 '대단한' 기자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2000년 4월 30일에 처음 쓴 기사가 <우리 마음을 멍들게 하는 촌지>라는 글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 글에서 스승의 날을 맞아 촌지 논란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교사의 마음을 '에세이' 식으로 풀어 쓰고 있다. 그러면서 훈훈한 사제지간의 정 이야기로 마감하는데, 고발성 특종 기사를 많이 써온 윤 기자가 이런 글도 썼나 싶다.

"첫 기사가 에세이라니, 낯설다"는 물음에 윤 기자는 "2000년 당시 촌지 문제로 말이 많아 스승의 날을 임시 휴교일로 정할 정도였다"며 "그래서 그 주제를 가지고 기사를 써서 송고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으뜸 기사로 배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료를 만 원이나 줘서 기분이 참 좋았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도 행복한 일인데 거기에 원고료까지 주니, 그것이 <오마이뉴스>에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999년 3월 초등학교 교사로 임명받은 후 현재는 전교조 기관지인 <교육희망> 기자로 파견 근무 중이다. 다음은 윤근혁 시민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먼저 서면 인터뷰를 한 뒤 지난 18일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추가로 인터뷰했다.

"'이 일은 윤근혁 기자가 보도해줘야 한다' 말 들을 때 뿌듯"


- 축하한다. 이번이 네 번째 수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남들은 한 번 받기도 어려운 큰 상을 벌써 네 번 받는다. 대단한 일이다. 수상 비결과 특종 기사 쓰는 비법을 일부 공개해달라.
"남이 안 쓰는 기사를 쓰면 그것이 특종이다. 이미 남이 쓴 기사를 받아 써봤자 그건 의미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해 기사를 써라. 이게 핵심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남이 쓰지 않으려는 문제점을 찾아 그것으로 기사 쓰기. 뭐 이 정도가 내가 글을 쓰는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불교의 화두처럼 항상 '뭐를 쓸까?'라는 생각을 갖고 생활하면 확실하다."

- 지금까지 쓴 기사 중 가슴에 아픈 기억으로 남은 것도 좀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그런 기사가 있다면?
"아픈 기억으로 남는 기사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예전에 한 교장이 학교 급식업자들과 일본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는 제보를 듣고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모든 취재가 끝난 후 마지막으로 해당 교장의 해명을 담아 비판 기사를 냈다.

다음 날 그 교장에게 전화가 왔다. 대뜸 '그 기사 덕분에 지금 교육청에서 감사 중이다' 하더라. 그래서 항의전화인 줄 알고 긴장했는데 뜬금없이 '고맙다'는 것 아닌가. '다른 언론도 관련 기사를 많이 보도했는데 내 해명 실어준 사람은 윤 기자밖에 없더라'는 것이었다. 진심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 교장이 생각난다. 그 교장은 그후 해임 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 현직 교사 신분이라서 기사 쓰기가 난감할 때도 있을 것 같다. 같은 교육계 선후배인 그들을 비판하려면 솔직히 좀 곤란한 일도 있지 않나? 그래서 혹 포기한 기사는 없었나?
"지금까지 내 개인 인간관계 때문에 기사를 포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난 전교조 소속 파견 기자 신분이지만 전교조 비판 기사도 많이 써왔다. 나는 기사로서의 가치만 생각할 뿐 나머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기사 쓰는 원칙이다."

- 그러다가 교육계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다. 내가 쓴 기사로 인해 얼굴 붉히거나 누구와 부딪힌 적도 없다. 혹시 내가 둔해서 모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웃음)"

- 그럼 지금까지 쓴 기사 중 가장 보람 있게 기억되는 기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 쓴 '안녕 대자보' 교장 밀고 사건이다. 서울 H여고 교장이, '안녕 대자보'를 써서 학내에 게시한 자기 학교 고3 학생을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다. 보도 후 교장에게 항의전화가 엄청 쇄도했다고 한다. 교장이 아노미(?) 상태에 빠질 정도였다고 하더라.

결국 교장이 이후 경찰 신고를 취소하는 한편, 해당 학생에 대한 징계 역시 일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이 기사를 보람 있다 여기는 이유는 이 보도로 인해 전국의 1만1천여 다른 학교에서 유사 사례가 없도록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람을 느낀다. 안 그랬다면 다른 학교에서도 H여고와 비슷한 사례가 상당수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 2000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했으니 만 14년이 된다. 상당한 기간이다. 매년 120건 이상의 기사를 썼고, 이는 3일에 한 건씩 기사를 쓴 꼴이다. 이처럼 많은 기사를 쓸 수 있는 비결이 뭔가. 그리고 그 기사들이 모두 정식 기사로 채택됐는지도 궁금하다.
"그렇게 많이 썼는지 나도 잘 몰랐다.(웃음) 나는 주5일 근무에 맞게 기사를 쓴다. 주말엔 쓰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대부분 주중에 기사를 써서 올리는데, 어떨 때는 하루에 기사를 세 개 올릴 때도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쓴 기사 중 정식 기사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좋은 평가를 해준 편집부에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 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많을 것 같다. 언제 그런 생각을 하나.
"전혀 모르는 분이 기사 제보를 해올 때 '어떻게 알고 연락하셨냐' 하면 '이 일은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가 보도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락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 말고도 힘있는 언론 매체가 여럿 있고 기자도 있는데 굳이 나를 찾아 제보해주시는 것을 확인하면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 참 잘 했구나 싶다."

세 번 고소당했지만 모두 '불기소'... "사실과 다르지 않기 때문"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4번째 수상하는 윤근혁 시민기자 ⓒ 윤근혁

- 교육 관련 말고도 다른 영역의 제보 역시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그런 제보나 취재 요청은 어떻게 하나?
"나는 교육 분야 외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기사를 쓰지 않는다. 교육 외에 다른 분야와 관련된 제보는 그렇게 많이 안 들어오는데, 그런 제보가 들어올 때는 그 분야를 잘 아는 다른 시민기자를 소개해준다. 그런 적은 몇 번 있었다." 

- 그동안 쓴 기사를 살펴보면 제보를 기반으로 취재한 기사가 참 많은 것 같다. 제보자를 위한 배려도 있는지 궁금하다.
"항상 제보자가 보도 후 결과까지 알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쓴다. 사실 이 점이 다른 기자와의 차별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첫 보도가 나간 후 '보도 뒤'란 어깨 제목을 달고 뒷 이야기를 담은 애프터서비스 기사를 많이 써왔다. 독자들도 '저 놈은 해결을 잘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교육기관 역시 '저 놈이 쓴 기사를 묵살하면 또 욕먹을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갖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른 기자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 앞으로도 교육 말고 다른 분야 기사를 쓸 계획은 없는가?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교육 기사를 쓰려고 한다. 다만 몇 년 후부터 사실 중심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벗어나 교육과 관련한 평론을 써볼까 생각 중이다. 또 '여행 기사 잘 쓰는 법'을 공부해서 여행 기사를 써 보고 싶은 개인 욕심도 있다."  

- 윤 기자는 <오마이뉴스> 특종상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특종기자에게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보도에 따른 고소다. 기사 때문에 그동안 고소에 몇 번 휘말린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웃음) 세 번 정도 고소당했다. 보수적인 한 학부모 단체와 문용린 현 서울특별시 교육감, 그리고 한 학교 교장 등으로부터 고소당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세 건 모두 검찰에서 불기소로 처분해 실제 처벌로 이어진 적은 없다. 보도된 기사가 사실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사 쓰면서 팩트에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다." 

- 2014년이면 우리 나이로 45살이 된다. 개인적인 소망도 궁금하다.
"내가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기사 써온 지 20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내년엔 학생들에게 필요한 '글쓰기 책'을 한 권 내볼까 생각 중이다. 개인적인 소망은 사랑하는 두 아들에 대한 희망이다. 지금껏 잘 커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두 아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잘하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이 자리를 통해 두 아들에게 이 아버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랑한다."

- 윤근혁이 원하는 2014년 대한민국, 어떤 모습인가?
"요즘 국민들의 얼굴 표정이 꼭대기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우울증 걸린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캐럴 한번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을 정도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안녕치 못하게 가로막는 '우울증 걸린 세력'이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시민 권력이 지금보다 더 커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나부터 노력할 것이다."

-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도전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으로도 계속 기사를 쓸 것이다. 누가 나에게 '언제까지 <오마이뉴스>에 기사 쓸 거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답했다. '<오마이뉴스> 망할 때까지.'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망하지 않도록 내가 지키며 또 기사 쓰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더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기사 쓰겠다. 같이 하자."

"우울증 걸린 국민들... 시민 권력 커지도록 나부터 노력할 것"

윤근혁 기자가 인터뷰 기사에 꼭 담아달라고 당부한 말이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많은 이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는 특종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이름 없는 수많은 선생님'의 도움 덕분이란다. 그분들이 자신에게 제보를 해주고 취재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며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윤 기자는 말했다. "다른 이들은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무슨 희망이 있냐고 타박하지만 자신은 우리 교육 현장에 대한 희망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고. "그 증거가 바로 그동안 자신이 써온 기사에 모두 담겨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알게 된 비리 실태를 자신에게 전하며 "이를 세상에 알려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하는 그 숱한 용기들을 접하며 윤 기자는 "가슴 떨리게 간절한 그들의 열망을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앞으로도 묵묵히 "교육 관련 기사를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에는 좋은 시민기자가 참 많다. 그것이 '<오마이뉴스>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 올해는 윤근혁 기자가 '올해의뉴스게릴라상'을 받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상은 받을 만한 사람이 받을 때 상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야 수상을 지켜보는 사람 역시 행복하다. 그런 점에서 윤근혁 기자의 수상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다시 한번 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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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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