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클럽, 당신이 변호인입니다

[현장] 영화 <변호인> 함께 보기..."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등록 2013.12.27 19:30수정 2014.01.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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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해를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건가… 고민이 있었습니다. 연말이면 감사해야 할 분들이 참 많은데요. <오마이뉴스>로서는 특히 10만인클럽 회원들이 눈에 밟힙니다. 앞장서줘서 고맙다, 잘 해달라, 좀더 힘내라…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10만인클럽 회원으로 가입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중 "미안해서"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심정이 뭘까 짐작해보면, 세상에 대한 어떤 부채감, 좀더 나아졌으면 하는 기대감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마음을 오마이뉴스라는 그릇에 담아주시는 것일 텐데요.

그동안 '좋은기사 원고료주기'만 했다는 한 직장 여성(31)은 최근 회사에서 연말 상여금을 받았다며 10만인클럽 10년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하셨어요. 어휴…! 솔직히 부담이 큽니다. 받기만 해서는 안되잖아요. 최근 <오마이뉴스>가 부정선거, 철도노조파업, 안녕 대자보 열풍 등 이슈를 선도하면서 기자들이 파김치가 되도록 뛰게 만드는 원동력, 바로 10만인클럽 회원들이십니다.

10만인클럽과 영화 <변호인> 함께 보기 번개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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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6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열린 10만인클럽 초청 영화<변호인> 상영에 앞서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희훈


그래도 뭔가 더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오연호 대표의 '번개 제안'이 있었습니다. 개봉일, <변호인>을 보고는 '이거다!' 싶으셨던가 봅니다. '10만인클럽 회원들과 <변호인> 함께 보기.' 빠듯한 일정 속에 일사천리로 움직였습니다. 회원들의 호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한 개관으로 모자라 추가로 대관을 했고 총 250여 분이 오셨습니다. 결원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날 영화관은 10만인클럽이 '접수'한 셈이었습니다. 저녁 8시 시간대 대관을 저희가 모두 해버려 그날, 그 장소에는 10만인클럽뿐이었지요. <오마이뉴스 >직원들이 티켓팅과 안내를 대신하며 영화관 매니저역을 하였고, 회원들은 기념촬영을 하고 오 대표와 환담도 나누며 송년 회합을 만끽했습니다. 부부, 연인, 친구, 동료, 엄마와 딸 등등 연말 데이트,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짝지어온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한 사람이었습니다. ⓒ 강연준


스크린을 장악한 김에, 오마이TV 작품도 틀었습니다. 2분30초 영상물로 압축된 시민과 함께 한 오마이뉴스 승리의 역사를 감상했지요. 그리고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2시간 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지만 다들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영화 어떠셨어요"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회원님의 말처럼 "선뜻 입을 열 수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말을 걸었습니다.

10만인클럽 <변호인> 함께 보기 ⓒ 10만인클럽 김혜승


"벅차서 말이 잘 안나와요. 보는 내내 전율이 쫙쫙 올랐습니다."
"그 때보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을까요?"
"지금 현실을 생각해 보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려웠던 1980년대에도 저만큼 했는데 지금 우리는 그만큼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저항한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인데…."

이날 '<변호인> 함께 보기'에 동참한 회원들은 단지 무료 영화라서 오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두 번째, 남편은 세 번째 보러 왔다는 부부 회원도 있었고, 두 번째 본다는 회원들도 꽤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함께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한 회원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울었다지만 나는 울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근데 펑펑 울었습니다"라던 한 30대 남성의 말입니다.

"99명 변호인들의 연대의 힘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무너졌습니다."

1987년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그 추모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위반으로 구속된 송우석 변호사는 검사의 "법조인으로 그렇게 법을 위반해도 됩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야지요. 국민들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걸 가장 잘 아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습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공판 장면. 송 변호사의 공동변호인으로 구성된 자그마치 99명의 변호사 이름이 한명한명 호명될 때, 이 회원은 함께 한다는 것의 힘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내가 미디어다" "새 판을 짜자"

밤이 늦었지만 이대로 발길을 돌리기 아쉬운 회원 50여명은 인근 호프집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우리는 각자의 처지를 넘어 어우러졌습니다. 특히 같은 테이블에 우연히 두 부부가 앉았는데 마치 '20년 지기'처럼 서로 잘 어울렸습니다. 남편들만 보면 한 분은 의대 나와서 의사를 하고 있고, 또 한분은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구두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시대의 변호인'이 되고자하는 모습에서 하나의 풍경을 이뤘습니다.

오연호 대표의 건배사. "내가 미디어다."
회원들의 이구동성. "새 판을 짜자."

그 즈음, 10만인클럽 핸드폰으로 뒤풀이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의 문자도 답지했습니다.

"운전으로 뒤풀이 참석 못했으나 잠을 못 이룰 것 같아 집 앞에서 혼자 맥주 한잔 합니다. 많은 이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영화를 접할 수 있기를 이 밤에 기도할게요." (50대 남성)  

"슬픔과 분노, 착잡함으로 머리와 마음이 무겁네요. 뒷모임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집이 너무 멀어 돌리는 발걸음이 더디었네요. 아쉬움은 남지만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네요."(40대 여성)

또 이런 분도 계십니다. "성급하게 말을 하면 감동이 반감될까봐 두려워" 서둘러 자리를 떴다는 한 회원은 돌아가는 길에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10만인클럽에서 받은 영화 초대 문자를 본떠 "<변호인> 영화표 내가 쏩니다"라고 말이지요.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참, 서울에서 행사를 열 때마다 목엣가시처럼 걸리는 게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참여하지 못하는 지방 회원들이십니다. 10만인클럽의 내년 사업 중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내년 봄, '찾아가는 10만인클럽'을 기치로 오 대표가 직접 찾아뵐 예정입니다. 특강도 듣고 뒤풀이 회합도 하는 자리, 꼭 마련하겠습니다. 이미 대구경북 지역 송년회(27일)를 위해 김병기 신임 10만인클럽본부장이 발걸음을 뗐답니다.
#10만인클럽 #변호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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