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중학교, '안녕 대자보' 학생 등교정지 협박 논란

해당학교 "협박 없었고, 학교 규칙 설명"...포항 고교도 대자보 철거 논란

등록 2013.12.31 18:26수정 2013.12.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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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쓴 대자보. 이 대자보는 학교 2층과 3층, 4층에 붙였지만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않아 학교측에 의해 철거됐다. ⓒ 조정훈


경북의 한 중학교에서 '안녕 대자보'를 붙인 학생에 대해 반성문을 쓸 것을 강요하고, 등교정지를 시킬 수도 있다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져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구미시 A중학교 3학년인 B양은 학교 2층과 3층, 4층 복도 중앙에 'A중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B양은 대자보에서 방과후수업과 집중이수제, 고입선발고사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철도민영화 문제와 밀양 송전탑에 대한 내용도 적었다.

B양은 방과후수업에 대해 "학력과 특기의 신장을 위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학기가 시작되고 방학이 시작될 때마다 학교의 압박에 동의서에 동그라미를 쳐야만 했다"며 "하지만 그 어떤 방과후수업도 우리에게 이렇다 할 효과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비평준화 지역인 경북에서 우리는 352쪽짜리 역사 교과서를 한 학기에 떼어야 했고 수많은 이론들을 한 학기만에 머리에 쏟아 부어야 했을 뿐 아니라 어른들의 변덕 탓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고입 전형에 잠을 못이루었다"고 적었다.

이어 "청소년인 우리가 당장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사회 현상에 대해 제대로 표현조차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왜 헌법에 명시된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단지 입시라는 역겨운 제도아래 억압받아야 되느냐"고 적었다.

B양은 또한 "우리는 엄연히 교육의 3주체 중 하나인 학생으로서 당당히 우리가 받을 교육에 대해 요구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된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당한 국가권력과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B양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대자보를 붙인 이유에 대해 "학교 내에서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방과후학교 시행이라든가 중학교 3학년에서 일어나는 집중이수제와 고입제도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며 "학생으로서 당당히 우리가 받을 교육에 대해 요구하고 대화하고 대한민국의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B양이 붙인 대자보는 불과 한 시간도 안돼 학교측에 의해 철거됐고, 교장과 학생부장 교사는 B양을 불러 학교장의 재가를 받지 않은 게시물을 함부로 붙였다며 등교정지를 당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학생부실에 불려가서 징계위원회가 열릴 수도 있고, 징계 받으면 등교 정지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학교 교장은 방학을 한 날 집에 일찍 귀가한 B양과 부모를 학교에 나오게 해 "사회현상에 관심 가지지 말고, 방학 중에 학교에 나와 너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해서 '너 자신에게 안녕하십니까'를 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성문을 쓰라고 지시한 것.  

B양은 학교에 오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글을 제출하겠다고 하자 교장은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었다. B양은 "교장과 학생부장이 대자보를 붙인 것에 대해 협박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학생에게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해당학교 교장은 <오마이뉴스> 취재를 거부했고, 교감은 "학생을 지도하는 차원에서 상담했지만 상담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말했다.

이어 "등교정지 될 수 있다거나 반성문을 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학교 규칙에 대해 설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한테도 학생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같이 지도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며 "처벌하지 않았고 반성문도 내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없는거 아니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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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 조정훈


한편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지난 18일 '안녕들 하십니까'를 7행시로 '민주주의 위기와 국민과의 소통이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글을 게시했다가 학교측의 추궁과 징계 협박으로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북지부는 "헌법과 국제규범을 준수해야할 학교가 오히려 청소년들의 표현을 검열하고 억압하고 있다"면서 "학교와 교육청이 표현의 자유가 학교에서 적극 보장되도록 학생들을 위한 게시공간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또 경북교육청이 최근 각급 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학생들의 대자보 부착과 관련한 생활지도를 철저히 하라'고 한 데 대해서도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도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본권 탄압을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공문을 당장 철회하고, 단위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징계나 대자보 훼손조치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녕들?하십니까? #고등학생 #중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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