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본회의, 외국인투자촉진법 때문에 '중지'

여 '경제활성화' 방안 vs 야 '대기업 특혜법'... 쟁점법안·예산안 처리 '모두 중지'

등록 2013.12.31 17:05수정 2013.12.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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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안을 비롯한 쟁점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돼야 할 논의 과정이 모두 중지됐다. 단 하나의 법안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여야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국정원 개혁 법안이 아니다. 민생 예산을 처리하기 위함도 아니다.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이 모든 논의 과정을 중단시켰다.

정부 여당은 '경제활성화' 방안이라며 해당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이날 오후 민주당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의총이 열린지 1시간 30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외촉법이 통과되지 않을 시, 국정원 개혁법안 등도 처리할 수 없다는 강공태세로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본회의 개의 시간은 계속 지연되고 있고, 상황이 자정까지 이어진다면 예산안 처리도 요원해진다. 예산안이 이날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산안과 외촉법 연계, 여당의 무책임한 행태"

외촉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자회사에 의하여 사업내용을 지배받는 국내회사로 그 사업내용이 당해 자회사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를 뜻함)가 외국 기업과 합작으로 '증손회사' 형태의 신설법인을 만들 때 보유 지분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SK 종합화학과 SK 루브리컨츠, GS 칼텍스 등이 일본회사와 추진하는 합작 건을 위한 특혜 법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 만나 "(외촉법은) 공정거래법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현 합작 투자가 현행법 때문에 안 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자회사 밑 손자회사로 해서 합작법인을 만들면 현행법 아래에서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이 예산안과 연계해 특정 법안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어도, 여당이 이러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무책임한 행태"라고 목소리 높였다.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이 '외촉법과 세법개정안'을 연계하려고 하자 "조세소위를 열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는 "(세법개정 사항인) 소득세 구간조정과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은 양도세 중과폐지와 바꾼 것인데 이를 외촉법과 연계하겠다는 것은 약속위반이다, 집권당의 떼쓰기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진보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제 전문가들도 외촉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달 5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공청회에서 "손자회사나 증손회사를 제한하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증손회사로까지 이어지면 소유구조는 그만큼 더 복잡해지고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그만큼 더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국인이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하는 국내회사에 대해서만 달리 적용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더욱이 개정안 설명자료에서는 발의 배경으로 SK(주)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GS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를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회사를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역시 공청회에서 "손자회사들은 증손회사들의 설립이 불법인 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피할 방법이 있었음에도 사후 로비를 통해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개편에 필요하다면 국회 정무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다루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외촉법이 지주회사 제도를 다루는 만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해당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1월, 외촉법 대신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논의 진척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새해를 하루 앞둔 오늘까지 외촉법 관련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외촉법은 경제활성화법? 일자리 창출 효과 '거품'

정부 여당이 내세우는 '경제활성화' 효과 역시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있다.

외촉법 개정안을 낸 여상규 새누리당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상공회의소는 합작 투자를 통해 직접 고용이 1100명, 간접 고용이 3만 명 늘어난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 근거는 없었다. 산업부는 50만 명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부는 지난 6월에는 20만 명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인력이 무슨 고무줄이냐"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외국인 투자 기업의 고용유발계수가 1.39명이라는 코트라의 조사 분석을 대입하면 3개사 합작이 이뤄져도 고용창출 가능 수는 1500개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강경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시정연설에서 '외촉법'을 거론하며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 해야 한다"고 강조한만큼, 올 해가 가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여야 협상에서는 모든 게 다 '패키지 딜'로 이뤄졌다, 국정원 개혁안과 외촉법·세법 등을 일괄해서 같이 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며 "야당이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는 건 합의를 명백하게 깨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외촉법이 안 되면 국정원 관련 법안도 없다"며 "이것이 일괄 타결"이라고 못 박았다. 

만일 새누리당의 압박에 밀려 결국 민주당이 외촉법 처리를 받아들일 경우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벌 특혜 방지'를 목놓아 외치던 행보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제남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일각에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무기력한 태도로 외촉법 저지를 포기하려는 기류가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말도 안 되는 압박에 굴해 민생우선의 원칙에 어긋나는 법안처리에 동의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촉법 #본회의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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