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물량 확보하고 구조조정 기필코 막아낼 것"

[인터뷰] 정종환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장

등록 2013.12.31 19:55수정 2013.12.3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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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은 부품 2만개를 조립하는 특성으로 인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또한 부품 제조, 판매, 정비, 할부금융, 보험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과 연관을 가지는 특징이 있다. 전후방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와 규모만 클 뿐 아니라, 지속적인 첨단기술의 개발과 성장이 이뤄져야만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엔진, 트랜스미션을 개발하는 기계 산업과 전자제어장치, 각종 전자부품, 내비게이션시스템 등 전자 산업, 보험 등 금융 산업의 발전도 동반한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면 다른 재화 2.93대분을 함께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방문한 것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주인 미시간을 얻으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도움을 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후보는 2008년 파산에 처한 미시간주의 자동차 산업 회생을 주도해 대선에서 전세를 역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국가의 자동차 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기계 공업, 전자 공업뿐 아니라, 미술, 디자인, 마케팅, 금융 등 종합적인 능력이 뒷받침돼야한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경우도 자동차 한 대를 팔아 얻는 이익보다 할부금융을 통해 얻은 이익이 더 크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은 신생 물류 회사인 현대글로비스에 출자금 15억원을 투자해 결국 현대자동차 주식을 포함해 수 조원을 증여받았다. 글로비스는 현대차의 물류를 독점하면서 짧은 시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물량 확보로 고용불안 해결"

인천에는 한국지엠 본사(부평공장)가 있다. 한국지엠은 직간접적으로 인천 경제의 20%를 차지한다. 이런 한국지엠이 또 다시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였다. 한국지엠의 모(母)회사인 미국 지엠이 '유럽시장에서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차량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고용불안의 먹구름이 한국지엠을 엄습하고 있다.

고용불안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고, 대책은 무엇인지 듣기 위해 정종환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을 12월 26일 만났다. 정 지부장은 지난 9월 실시된 한국지엠지부 23대 임원선거에서 당선돼 10월부터 지부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터뷰의 시작은 한국지엠에 불어 닥친 고용불안 문제를 어떻게 풀겠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정 지부장은 지엠의 일방적인 생산물량 축소를 강하게 질타했다.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물량 철수 결정 이전에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어야 했다. 노조와 충분한 논의를 선행해야 함에도,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 누적된 경영 부실화가 드러난 셈인데 오히려 생신비용 상승,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했다. 이는 커다란 문제다. 경영 실패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회사에 새로운 노사관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생산물량이 축소되면 고용불안 요인이 가중될 것이다. 노조는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며, 구조조정을 결단코 막아낼 것이다"

정 지부장은 생산물량 확보뿐 아니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은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사무직 희망퇴직 이야기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인 만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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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환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장 ⓒ 한만송


한국지엠, 내수 판매망과 서비스 개선 시급

지난 지부 임원선거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한국지엠의 장기발전전망'을 강조했던 정 지부장은 한국지엠의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노조가 힘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신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이 필요하다. 미래발전전망을 확보하고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신차 투입 계획을 확보해야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가 선행돼야한다. 불 꺼진 연구소에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차량 개발 단계에서 성능시험, 출시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연구소가 쉴 여력이 없어야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

한국지엠의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안정적인 내수시장 진입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내수시장 진입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 치명타를 입는 한국지엠의 고질적 체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국내 판매시스템의 전면적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지엠은 생산물량의 90%를 해외로 수출하는 수출주도형 회사다. 이로 인해 대외 경기에 민감해 고용이 주기적으로 불안하다. 유럽 쉐보레 철수 결정으로 유럽의 마케팅 비용을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구매 의사 고객의 계약단계부터 출고까지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해야한다. 또 잘못된 판매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한다. 근본적인 대책마련 없이 마케팅 비용의 증대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정 지부장은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차량에 대해 자신감을 밝히면서도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 소비자에 맞는 마케팅과 디자인, 섬세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엠은 글로벌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다보니, 한국 소비자에 맞는 마케팅, 디자인, 섬세함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최고급 차량인 '알페온'에 골프 가방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냐가 논란이 되겠나.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게 디자인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지엠 차량은 연비, 성능, 차량 안정성에서 다른 회사의 차량에 견주어 절대 뒤지지 않고 있다. 대우차부터 잦은 브랜드 교체와 중고차 시세가 낮다는 좋지 않은 인식이 있어 내수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회사에 이에 대한 시정도 요구할 계획이다"

정 지부장은 한국지엠이 인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한국지엠의 고용불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엠을 압박하기 위해 정치권뿐 아니라 3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연대를 통해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유기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경영위기(2008년)에 처했을 때도 '부평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여성단체나 전통시장상인회와 교류를 통해 차량 판매 캠페인 등을 실시했다. 또한 지역 국회의원, 산업은행 등 정ㆍ재계 관계자는 물론 국제연대 등을 통해 공동대응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도위기에 처한 지엠 본사가 회생하기까지 한국지엠이 큰 역할을 했음을 강조하고, 국내 기업 육성과 일방적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해 물량 확보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려낼 것이다"

정 지부장은 전영철 부사장의 사장 취임 설을 걱정하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호샤 사장 퇴진 투쟁도 전개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실시되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안정적 물량 확보 등의 현안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대화 테이블에 앉아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어려움 극복하는 게 새해 소망... 현재 대안 뚜렷하지 않은 게 고민

정 지부장은 충청남도 아산 출신이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급성장하던 1987년 입사했다. 입사 후 시대가 그를 변화시켰다. 사회 초년병인 정 지부장은 입사와 함께 사내 민주화와 함께 정치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를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제가 민주화에 대해 뭐 대단하게 알겠습니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입사 후 선배들 쫓아 민주화 관련 집회 현장 등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러다 노조위원장 직선제 투쟁도 참여하면서 노조 활동도 자연스럽게 했죠. 그러다 노조 대의원만 14년 했고, 후생부장, 노동안전보건실장 등을 지냈습니다"

정 지부장에게 올해는 어떤 해였을까? 그는 "지부장으로 당선된 뜻 깊은 해이기도 하지만, 선거 준비와 선거운동, 그리고 당선된 후부터는 더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의 무게가 짓눌렀던 것 같다"고 한해를 되돌아봤다.

정 지부장은 내년 소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한국지엠의 고용안정을 위해 활동을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빠른 시일 안에 한국지엠이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년 소망이다. 이는 개인적일 뿐 아니라, 지부장으로서도 소망이다. 지부장 맡고, 공장 살려보자는 생각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다만 대안이 현재로는 뚜렷하지 않은 것이 고민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시장이 형성돼야하는데, 유럽 시장으로 나간 물량 20만대가 쉽게 소화될 시장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수출 물량 추가 확대와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면 노조가 판매활동도 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감안해 인천 지역사회에도 한국지엠 차량 타기 운동도 호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 지부장은 내년에도 노조가 사회공헌기금 10억원을 마련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최근 몇 년간 매해 10억 원씩의 사회공헌기금을 확보해 주변 노동자, 서민, 소외계층을 위해 유익하게 사용해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지만 노조에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이밖에도 한마음재단을 통해 사랑의 김장 나눔, 연탄배달 등도 상호 협력해 유지해 나가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 #쉐보레 #정종환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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