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명성만큼 볼 것이 많다. 거대함과 화려함, 자유분방함, 다양함이 어우러진 곳이다. 사진은 한 때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불린 메이시스백화점 외벽에 전시한 인형의 공간 시리즈 가운데 하나.
김대홍
2012년 12월, 10일 동안 뉴욕에 머물면서 많은 걸 봤다. 미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타임스 스퀘어는 물론 2009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가 나오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큰 상점이었던 메이시스 백화점,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브루클린 교 등 뉴욕엔 '가장', '최고'라는 수식어를 단 장소들이 많았다. 물론 "얘네들 오버하네"라고 생각하고 싶은 곳도 있었지만.
숨어있는 거리퍼포먼스를 보면서 맨해튼 시내를 둘러보는 버스투어, 시작한 지 5분 만에 모든 옷을 벗고 공연하는 나체 뮤지컬, 일자리를 달라면서 시내 한복판을 점령한 시위자들도 볼거리였다.
뉴욕 관광안내책자에도 실린 한인타운 파리바게뜨와 눈 돌아갈 정도로 물건이 다양했던 벼룩시장, 여기가 뉴욕이 맞나 헷갈리게 만든 차이나타운 등 뉴욕은 다양한 색깔로 이뤄진 도시였다. 확실히 매력이 많은 도시였지만, 그 모든 것들 가운데 단 하나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하이라인공원을 말할 것이다.
하이라인공원은 공원에 대한 생각을 바꾼 곳이다. 일정한 장소에 나무와 꽃, 연못, 쉼터 등을 배치한 그런 공원이 아니었다. 공중에 떠 있는 공원이었으며, 머물러 있는 대신 이동하는 공원이었다. 공원은 '정적'인 곳이고, '휴식하는 곳'이라는 통념을 깨버렸다.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는 공원이 아니라 한 발짝 벗어난 곳에서 도시를 유람하는 공원이었다. 하이라인공원이 이런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된 건 바로 그 자리가 버려진 고가철도였기 때문이다.
19, 20세기를 관통하는 뉴욕 역사, 공원 안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