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교수평의회를 아십니까"

[칼럼] 제 역할 못 하는 한림대 교수평의회

등록 2014.01.03 15:06수정 2014.01.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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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교수평의회를 아십니까."

교수평의회(이하 교평)는 평교수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로 대학발전과 교수의 권익을 도모하는 단체다. 그 목표를 위해 교평은 학교 당국과 대학의 발전 방향 및 구체적인 안건들을 두고 학교 당국과 협의하기도 하고 견제하기도 한다.

현재 한림대학교 교수평의회는 의장단 없이 단과대 교평 대표들의 연합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의장과 부의장, 사무총장으로 이뤄지는 등 차기 의장단으로 나서는 교수들이 없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다. 이토록 교수들이 의장직을 꺼리는 데는 현 대학 본부, 즉 총장을 상대로 맞서야 하는데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의장단 공석은 현 총장 취임 후 한 학기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렇듯 교수평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대폭 수정된 교원인사, 업적평가 강화, 학사제도 개선 등을 두고 대학 측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다. 의견 수렴 절차가 있었다 해도 요식으로 거치기 일쑤였다.

그동안 한림대 발전방향이나 정책의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적어도 평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성의를 보이며 본부와 교수들이 함께하는 건강한 파트너십의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현 총장 취임 후 평교수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일이 허다하다.

작년 12월 한림대 교평은 총장 및 주요 보직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총장이 사퇴하기는커녕 교평 의장단이 사라지는 꼴이 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야당 없는 집권당이 없는 것처럼 교평을 고사시키는 본부는 대학의 민주주의가 어느 지점에 이르렀는지를 말해준다.

요즘 캠퍼스를 거닐거나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 대학 분위기가 내려앉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교평이 무너진 지금의 교수들은 실연의 우울증을 겪는 것만 같다. 교수들이 수업에서 툭툭 내뱉는 말들은 맥 빠진 한탄처럼 들려온다. 무엇보다도 대학을 아끼려는 교수들의 마음들이 떠나고 있어 가슴 아프다.


대학 당국은 교수평의회 규정대로 '대학의 발전과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파트너로서 교수평의회를 인정해야 한다. 본부 일에 사사건건 발목이나 잡는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할 게 아니라, 대학의 민주적 발전을 이끌어 가는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진정 한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평교수들이 관심과 열정을 보여야 하며, 학내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내 현안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림대 #교수평의회 #한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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