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폭포로 향하는 북한 주민들. 여성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것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신은미
이런 현상은 평양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한 것 같다. 유교 전통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어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다. 말끝마다 '봉건의 잔재'를 들먹이다가도, 남성에게 편할라 치면 슬그머니 '아름다운 우리의 풍습'이라며 덮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이런 '남존여비 봉건잔재'는 없애지 못한단 말인가. 여성인 나로서는 대단한 불만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남성이 모든 것을 다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 말대로 '능력에 따라 일을 시키고, 필요에 따라 배급을 주라'는 뜻이다.
돌팔이 북한 전문가들환상적인 곳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울림폭포의 메아리를 들으며 우리는 평양을 향해 출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에 '마식령'이라는 교통표지판이 나온다. 대규모 스키장을 건설한다는 바로 그곳이다.
'마식령 스키장' 근처를 지나니 한국 텔레비전에 등장한 한 일본인 북한 전문가가 떠오른다. 한국어를 그런대로 구사하는 그 '전문가'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마식령이란 곳에 스키장을 건설한다는데,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스키가 무슨 말인지조차도 모른다"고 험담을 늘어놨다. '돌팔이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북한에서는 '마식령 속도'라는 구호가 전국적으로 나부끼고 있다. 즉,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는 그 속도로 모두 일떠나서자'라는 구호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스키가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니 '말이 되는 말인가' 묻고 싶다.
탈북 여성들이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스키를 타본 적이 있는 이, 손을 들어보라"는 질문에 몇 사람이 손을 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들이 탔다는 스키는 우리가 말하는 그런 스키가 아닌, 그야말로 집에서 자체 제작한 스키일 게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스키가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만 끼치는 일이다. 그런 허무맹랑한 평론보다는 차라리 '대규모 스키리조트 건설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으며 수익성을 위해 관광객은 충분히 유치할 수 있는지' 등의 분석을 하는 게 그나마 틀려도 창피하지는 않을 듯하다.
소위 '북한 전문가'들이 소설 같은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말이나 주장이 설사 틀렸다고 해도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 또 다른 '북한 전문가'들이 가세한다. 소위 '고위층 탈북자'들이다. 이들은 '자체 정보망' 또는 '통신망'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북한에서 살다 온 고위층이었다고 하니 이들의 소설 같은 '북한별곡'은 설득력마저 갖고 있다. 이들이 탈북한 지 오래돼 지금의 북한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 길은 없다.
남과 북이 평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잘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사실만을, 그리고 그 사실에 바탕을 둔 분석을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남한에서만이라도.
자랑스러운 민족의 딸, '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