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머리고기돼지 머리고기를 압축 포장해서 파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노시경
형형색색의 해산물, 예술작품을 보는 듯
마키시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남쪽 나라 수산물 코너의 총천연색 생선들이다. 나는 싱싱한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는 생선가게로 향했다. 어물전에서 생선을 파는 젊은 가게 주인들이 나와 아내를 보자 먹고 싶은 생선을 고르라며 한국말로 계속 말을 건다. 생선을 사가라고 적극적으로 말을 붙이는데 일본의 다른 곳에서는 겪어보지 못하는 활기가 느껴진다. 나는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띄엄띄엄 들리는 일본어 단어와 표정을 보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생선 정말 싸게 줄테니 꼭 사가라는 것이다.
남국에 자리한 대표 어시장답게 해산물은 형형색색이다. 색상이 참으로 화려한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푸른색과 노란색으로 몸통 전체가 모두 알록달록한 녀석도 있다. 마치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같이 생선들이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꼼꼼하게도 각 생선의 위에는 붉은 글씨로 물고기들의 이름을 크게 적어 놓아서 이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이 봤을 때는 생선이 파랗고 빨간데다가 생김새도 해학적이다. 비늘을 덮은 물고기들의 색상이 너무 화려하고 너무나 현란하다. 마치 관상용 물고기같이 아름다워서 차마 먹기가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이 생선들이 정말 먹는 생선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수족관에 있어야 할 열대 물고기를 꺼내서 먹는 것만 같다. 색상이 화려한 물고기들을 보면서 식욕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마도 한국 생선의 색상에 익숙해진 내 뇌 속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