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메타포...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리뷰] 고전의 힘과 음악의 힘이 만났다

등록 2014.01.16 17:13수정 2014.01.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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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기자 ⓒ 박민희 기자


음악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음악은 대부분의 삶에서 메타포로 흐른다. 음악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사람을 위로하고 독려하며, 뒤흔들거나 좌절시킨다. 어떨 땐 창조적인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틀 대는 인생의 굴곡 속, 언제나 음악은 피처럼 우리의 내면에서 돌고 돈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음악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멜로디는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으로 객석을 껴안고, 알고 있는 뻔한 결말도 다시 보게 한다. 다시 봐도 즐거운 '고전의 힘'과 가슴을 움직이는 '음악의 힘', 그것이 바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기다.


맨얼굴처럼 맑고 깨끗한 고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2006년 후 8년 만에 정식으로 오르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줄거리와 거장 '리처드 로저스'의 음악,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2세'의 유려한 가사로 여전히 불후의 생명력을 자랑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알프스 산맥에 있는 논베르그 수녀원의 청원 수녀 '마리아'는 가정교사로 '폰 트랍' 가에 파견을 가게 된다. '폰 트랍' 대령의 일곱 아이들은 어머니를 잃고, 엄격한 아버지 아래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간다. 마리아는 음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폰 트랍' 대령의 마음까지 녹여낸다.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을 맺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곧 발발한다. 두 사람은 아이들을 데리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망명한다.

작품은 꾸미지 않은 맨얼굴처럼 말갛다. 자극적인 소재의 요즘 뮤지컬과는 달리 진실하고 소박한 질감으로 반짝인다. 음악은 이 작품 전체의 메타포다. '마리아'는 아버지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외면 받아야만 했던 아이들의 쓰린 가슴을 음악으로 끌어안는다. 음악은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을 가져다주고, '폰 트랍' 대령에게도 지금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든다. 작품은 삶을 만지는 것은 음악이며, 그 음악이 가진 힘을 증명하는 데 많은 힘을 쏟는다.

거장들의 손에 탄생한 음악은 여전한 위용을 뽐냈다.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안녕, 안녕',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등의 뮤지컬넘버는 여전히 관객 사이에서 살아 숨 쉬었다. 관객 중에는 인터미션과 막을 내린 후에도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연장 내에 넘실거리는 멜로디의 기운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가진 힘을 제대로 방증했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조셉 베이커'가 편곡을 맡았다. 그는 멜로디가 갖고 있는 클래식함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풍성한 선율을 구현했다. 관습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기운을 잃지 않는 것도 편곡의 힘이 컸다.

음악적 만족감은 컸지만 공간적 제약은 아쉬웠다. 영화 속 구현됐던 알프스의 광활한 자연은 배경막으로 대신 처리됐다. 넓은 극장을 품지 못하는 장막은 헛헛했다. 영화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서운해 할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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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기자 ⓒ 박민희 기자


소향...사랑스러운 '마리아' 역 완벽 소화

'마리아' 역에 캐스팅된 소향은 첫 뮤지컬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밝고 명랑한 대사톤은 자연스러웠고, 노래는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며 탄탄하게 극을 뒷받침했다. '마리아'의 온기와 장난스러움, 서툰 사랑을 그려내는 얼굴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처럼 무궁무진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7명의 아이들이었다. 첫째 '리즐' 역을 맡았던 임현빈을 비롯해 '프리드리히' 역의 고은선, '루이자' 역의 송나영, '브리지타' 역의 김서현, '쿠르트' 역의 차재돌, '마르타' 역의 이화진, '그레틀' 역의 김수아는 그들이 가진 재능으로 극의 기둥 역할을 거뜬히 해냈다. 아역들은 노래와 춤 뿐 아니라 연기 실력까지 갖춰 관객의 입가를 미소 짓게 했다.

'폰 트랍' 대령 역의 이필모는 강직한 대령 역을 맵시 있게 그려냈다.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금세 눈물을 쏟아낼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반면, 호흡이 길지 못해 노래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폰 트랍' 대령의 친구인 '막스' 역의 조승연도 안정적인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소향 #이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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