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08 06:58최종 업데이트 24.05.0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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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 'LINE'과 최대 검색 및 뉴스 포털 사이트 'YAHOO JAPAN' ⓒ 로고 갈무리

 
"갑자기 터진 일도 아니고 일본은 수년전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준비해 왔는데, 한국정부는 한일 외교관계 좋다고 자화자찬하다가 정작 이런 일이 발생하니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당국 간 교섭이나 협상할 능력을 떠나 채널 자체가 아예 없다."(라인야후 관계자)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 'LINE'과 최대 검색 및 뉴스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을 운영하는 'LINE야후'(이하 '라인야후')의 지분율에 대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현재 라인야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씩 출자한 A홀딩스가 64.4%를 소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와 연락을 취한 라인야후 관계자는 "이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지분 매각/매수 협상에 들어갔고 네이버가 소프트뱅크 측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기는 그림으로 갈 것 같다"며 "한국에 있는 라인야후 관련 데이터도 전부 일본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네이버는 A홀딩스 마이너 지분만 가지게 되고 글로벌 사업 전략 축소 및 라인야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라인야후 사태의 발단
 

4월 16일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보낸 2차 행정지도안. 자본관계의 근본적 대책, 즉 지분을 넘길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 박철현


이번 '라인야후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3월 5일 일본 총무성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행정지도에서 비롯됐다.

'통신비밀의 보호 및 사이버 시큐리티의 철저한 확보에 대하여 (지도)' 라는 제목의 10페이지짜리 총무성 발 행정지도 문서는 전례 없는 강경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IT 인프라 운용에 관한 업무위탁사 '네이버 클라우드'(네이버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AD 서버가 멀웨어에 감염되어 관리자 권한이 탈취됐고, 이에 따라 이 서버에 보관돼 있던 라인야후 시스템 접근에 필요한 인증정보 등이 악용되어 네이버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관계에 있던 구 라인 주식회사 환경 내의 각종 서버 및 시스템에 부정한 접속이 행해져 구 라인 시스템에 보존돼 있던 'LINE' 서비스 이용자의 통신정보가 외부에 노출됐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1항에서 규정하는 통신비밀 노출이라고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총무성이 지적하는 네이버 클라우드 사태는, 작년 11월 27일 라인야후가 "라인 어플리케이션 이용자 정보 등 약 44만 건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에서 비롯된다. 또한 라인야후는 올해 2월 14일 추가로 7만 9천 건, 그리고 약 5만 7천 건의 종업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총무성은 이 발표를 취합해 위와 같은 행정지도를 실시한 것이다.

이례적인 지도사항

IT기업에 대한 행정지도는 보통 관리적 보안 및 기술적인 측면의 재발방지책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데 3월 5일자 행정지도를 보면 지주회사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시큐리티 거버넌스의 본질적 대책 마련이란 이례적인 지도사항이 등장한다.

라인야후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네이버 클라우드가 100% 네이버의 자회사인데, 네이버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라인야후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편 라인야후는 4월 1일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 및 계획 보고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라인야후의 보고서를 받은 총무성이 4월 16일 재차 발표한 2차 행정지도 내용에서 불거졌다.

요약하자면 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보고서가 상당히 미흡하다며 무엇보다 길게는 2026년 12월까지 설정된 기간에 불만을 내비쳤다.

"(라인야후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인증 적용 등 응급조치 및 대책을 실시했다고 하지만, 실시계획은 있으나 진행 중인 대책이 상당히 많고, 통신 비밀 보호 및 사이버 시큐리티 확보 관점에서 보자면 현 시점에서는 안전관리조치 및 위탁업체(네이버 클라우드) 관리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인지, 특히 네이버와의 네트워크 완전분리가 실현하기까지 2년 이상 걸리는 부분을 더더욱 가속화 시킬 필요가 있다."(총무성 4월 16일자 행정지도 중)

그리고 문제의 '자본적 관계'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우선 라인야후가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 해당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자본적 관계 재검토에 관해서는 해당 관련 계열사에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라인야후 경영체제 재검토 부분은 내부 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개시했다. 네이버에 대한 업무위탁은 축소, 종료 방침을 결정했다"

라인야후 입장에서 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네이버 계열사에 업무를 위탁하면서도 '클라이언트(갑)'으로서의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거버넌스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니 네이버과 관련된 업무위탁을 종료하거나 축소하겠다면 총무성도 납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총무성은 4월 16일자 행정지도를 통해 더더욱 압박을 가해 온다.

"귀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순차적으로 축소, 종료해 갈 방침이라고 하는데, 해당 방침의 대상인 '네이버와의 위탁'에 대해 기본적인 생각과 그 구체적 대상범위를 보고할 것. 특히 네이버가 제공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 이용이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실히 할 것."

"그것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축소, 종료할 방침이라는 부분에 대해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즉 어떤 위탁에 대해, 언제까지, 축소/종료/유지할 것인가를 책정해서 보고할 것. 자본적인 지배관계를 상당부분 받고 있는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해 그룹전체의 검토를 속히 실시, 그 검토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할 것."


그리고 총무성은 이것들에 대한 답변을 7월 1일까지 제출함과 동시에 정기적으로 해당관련 논의를 보고할 것을 요구해왔다. 개별기업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압력행사는 매우 드문 일이다. 또한 차마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네이버의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무언의 강요이기도 하다. 실제로 총무성의 의중을 읽은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이미 지분매각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정치적 의도 다분한 집요한 집단 이지메... 한국정부 한심"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 ⓒ 연합뉴스


한편 라인야후 관계자는 총무성의 이번 행정지도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계획적이고 집요한 집단 이지메라고 말한다. 일본 내에서 라인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라인 메신저 서비스는 일본 국내에서만 9500만 명이 가입돼 있는 알짜 기업으로 일본 국민 메신저라 불린다. 시민들뿐 아니라 기업, 정부, 지자체 등 관공서도 폭 넓게 사용하고 있다.

알아서 잘 성장하고 있던 기업을 2021년 3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을 능가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명분으로 소프트뱅크 50%, 네이버 50%가 출자한 회사 A홀딩스가 라인과 야후재팬의 지주회사로서 컨트롤 해왔다. 2023년 10월 이 두 회사가 정식 합병하면서 회사이름도 LY로 바꾸었다.

그런데 합병하자마자 이번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몇 차례에 걸쳐 라인에 대한 행정지도는 있어왔고 그 때마다 라인은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이번 안건 역시 어떻게 보면 그렇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경제안보'라는 이름하에 갑자기 강경한 태도를 선보였다. 실제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주간문춘>의 취재에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그룹 전체 내의 시큐리티 거버넌스에 있어 본질적인 재검토 및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본부장은 아예 대놓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라인야후의) 경영 지배권을 일본기업(소프트뱅크)으로 옮기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행해져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얼마나 엄격한 태도와 자세를 보일 수 있는가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다른 관련 비즈니스 거버넌스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마리 본부장의 말이 지금 일본정부의 속내라 할 수 있다. 사실 네이버는 일본정부의 법적구속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지분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그야말로 협박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틱톡 금지법을 예로 들어 일본정부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자국의 정보를 외국의 데이터 센터가 관리한다는 것이 이상하니 일본정부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라인야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그 논리의 허점을 지적한다.

"중국은 미국과 거의 적국관계이고 중국의 사회체제가 민주주의가 아니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 관계이다. 솔직히 라인보다 훨씬 더 많은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일본정부가 뭐라 하는 거 봤나? 우방이라서 그런 거라면 한국이 일본의 적국인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지분을 강제로 팔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독점이 문제라면 독점방지법을 만들어야지 자본관계 재검토니 뭐니 해서 결국 지분을 팔아야 해결된다는 말 자체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란 소리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역대 최상의 한일관계라 자화자찬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술 기반의 기업이 지금 반강제적으로 지분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한말 나라 뺏기던 과정과 흡사하다. 정말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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