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김대중> 시사회 홍보 포스터
박철현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현대사 축약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민지 시대부터 해방, 두번의 군사쿠데타, 한일협정, 광주사건, 1987년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현장에 김대중은 반드시 등장한다. 그리고 항상 핍박을 받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버텨내지 못할 납치, 고문, 살해위협, 테러, 사형선고, 가택연금, 타의로 인한 망명… 도저히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무게를 불굴의 신념과 의지,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이겨내는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도쿄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는 정성희(49)씨는 자신이 경상도 마산 출신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나이 또래 경상도 사람들은 김대중은 빨갱이에 대통령병 환자, 아니 아예 전라도는 상종하지 말라고 완전 세뇌돼 살아왔다. 나도 지금 민주당은 지지해도 김대중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오늘 정말 영화 보러 오길 잘한 것 같다. 독재정권이 그를 죽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했을 줄은 몰랐고, 언론도 그것에 동조해서 계속 김대중을 비난한 거였다. 특히 우리 지역은 더 그랬던 것 같고. 마지막 장면은 정말 너무너무 감동적이고… 진짜 이 영화는 경상도 사람들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한편 제작사를 대표해 참석한 최낙용 프로듀서는 "이번 작품은 총 3부 구성"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길위에 김대중>은 평민당 창당 전까지를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2부는 이미 제작이 거의 완성됐고 살짝만 말씀드리자면 1987년 대선부터 1997년 대선까지를 다루고 있고, 그 이후는 3부에서 다룰 예정이다"고 덧붙인다. 본편의 러닝타임이 2시간 5분이니 전부 다 합치면 6시간에 달하는 그야말로 대작 시리즈다.
시사회의 폭발적, 아니 감동적인 반응과 여운은 뒤풀이로 이어졌다. 근처 식당을 통째로 빌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창곡 '목포의 눈물'을 불렀고, 연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도 흘러 나왔다. 도쿄 한복판, 물론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였지만 50여 명이 목청이 터져라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히 장관이었다.
아들마저 감탄하게 만든 김대중의 삶
돌아오는 길,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에게 감상을 물었다. 올해부터 중3 수험생이 되는 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작년에 아빠 따라서 행사(5.18 기념식) 왔다가 군인들이 사람들 막 죽이는 영상보고 충격받았는데 그 사건이 오늘 본 다큐멘터리 주인공과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일단 신기했고, 무엇보다 김대중이 진심으로 대단한 분이라는 거. 아빠가 왜 김대중 선생님을 존경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고. 와… 정말 너무너무 뭐랄까 경의로운 존재? 사형선고를 그렇게나 많이 받았는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진짜 믿어지지가 않아."
몇 번이나 혀를 내두르며 여전히 여운에 빠져 있는 그에게 "2부 개봉하면 보러 오겠네?"라고 묻는다. 아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당연하지! 무조건 봐야지. 이제 주인공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는데 파트2를 안 보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비록 내가 수험생이긴 하지만 무조건 볼 생각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한겨울 찬 바람이 이날 밤만큼은 훈풍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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