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미야[일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재학생들이 관중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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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는 전력상 탑티어로 분류되는 강팀이다. 보통 최근 10년 이내 고시엔 본선에 2번 이상 진출했다면 강팀으로 불린다. 고시엔이 철저한 오픈 토너먼트 대회이기 때문이다. 고시엔에 가기 위해선 지역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지역예선에 출전하는 팀은 각 현별로 많게는 130개, 적게는 80여개 팀에 이른다. 일본 전체로 보면 4000여 개팀이 출전하는 셈이다. 지역별 예선을 1등으로 통과한 한 49개팀(도쿄와 홋카이도는 두 팀씩 출전)만이 고시엔 구장의 흙을 밟을 수 있다.
일본 야구만화나 영화에 간혹 등장하는, 고시엔 본선에서 패한 팀 선수들이 운동장의 흙을 주머니에 담는 장면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고교 야구부원들의 소원 역시 고시엔 우승이 아니라 "고시엔에 가고 싶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예선을 통과해 지역대표가 되었다는 것, 그것도 5년에 한 번꼴(10년에 2번)로 통과했다면 자타가 공인하는 강팀, 즉 탑티어로 분류된다.
이런 고시엔 본선 결승전, 전국 4000여 개 학교의 정점에 선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47개현 중에 106년 동안 아직도 우승하지 못한 현이 12개나 된다. 일본을 간도, 긴키, 주고쿠, 도호쿠 등등 여덟 개 지역으로 묶는 방식을 빌려서 보더라도 도호쿠 지역은 103년 동안 우승을 못하다가 재작년 센다이이쿠에이 고교가 우승컵을 처음으로 들어올렸다. 이때 이쿠에이가 소속된 미야기현뿐만 아니라 모리오카, 후쿠시마, 야마가타 등 도호쿠 지역으로 분류되는 현들도 마치 자기네 일처럼 기뻐했다.
교토지역만 하더라도 68년만의 우승이다. 1956년 헤이안고교(현 류고쿠다이헤이안고교)가 38회 대회에서 우승한 이래 한 번도 우승기를 가져온 학교가 없었다. 그걸 교토국제고가 해낸 것이다.
혐한세력 뛰어넘는 '우리 지역 대표' 서사
결승전 관객석을 가득 매운 K(교토국제고의 이니셜)의 물결은 교토국제고 당사자들로는 절대 채워질 수 없다. 교토지역민들이 대거 응원하러 간 것이고, 특히 4강전부터 화제가 됐던 브라스밴드 응원단은 이번 결승전에서도 어김없이 교토산업대부속고가 담당했다. 즉 고시엔 결승전에 진출한다는 것은 개인과 학교의 영광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명예가 걸린 중대한 사건이다.
이건 숫자로도 증명된다. 혹자는 교토국제고가 한국학교이고, 교가도 한국어로 되어 있어 혐한세력의 공격이나 판정차별 등을 우려했지만 이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동서수도대결'과 '우리 지역 대표'라는 서사가 존재한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결승전 생중계를 한 야후재팬 버추얼이나 주최 측인 아사히신문사의 해당 문자중계 페이지의 응원메시지 분포를 보면 간토다이이치 응원이 60%, 교토국제고 응원이 40%를 차지했다. 도쿄의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교토국제고를 응원하는 비율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