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목요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올해 거래 시작 기념식에서 일본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가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먼저 닛케이지수의 상승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이 지수의 정확한 명칭은 '닛케이225지수'이다. 각 업종별로 225개 종목(대표기업)을 선정해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며 매년 종목이 조금씩 바뀐다. 그런데 지금 닛케이지수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종목은 225개 기업의 약 10%에 해당하는 상위 22개 기업, 그중에서도 유니클로(퍼스트리테일링), 소프트뱅크, 화낙, 도쿄일렉트론 등 네 개 기업이 상승분의 30% 이상을 점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의 버블 때는 상승 폭은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도 225개 기업 전체가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의 몇몇 기업이 돌출해 닛케이지수 전체를 이끄는 매우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두 번째로 일본 정부의 적나라한 개입이다. 지금 일본기업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기관은 일본은행과 일본연금기구(GPIF)로, 이들은 도쿄프리미엄(도쿄1부) 상장회사의 25%에 해당하는 474개 기업의 주요 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숫자가 증명한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3년 12월 일본은행 등이 시장에 참여한 액수는 193.5조엔이었다.
하지만 10년 후인 2023년 12월 665.5조엔으로 10년만에 3.4배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다. 과거의 버블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그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대놓고 개입하면서, 심지어 팔지도 않으니 주가가 떨어질 수가 없다. 당연히 신규 참여자들의 기대심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떨어지지 않겠구나, 올라가겠구나 라는 '기대치'의 선반영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주는 구조가 정착돼 버렸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교훈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의 경험은 버블 붕괴 후의 지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 이후에 있었던 리먼쇼크,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코로나 사태 때 일본정부가 보여줬던 행동 때문이다. 사건 발생 후엔 일시적으론 폭락하지만 그 폭락장에서 팔지 않고 버틴다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풀어(양적완화) 주식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눈치채 버렸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은 있다. 1991년 정부가 버블을 경착륙시켰다가 '잃어버린 20년'으로 된통 한 방 맞았다. 그렇기에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만한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종교적 믿음이 자리 잡아 버렸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길게는 1년, 짧게는 2~3개월만에 주가를 회복시켰다.
결국, 버블은 버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