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총무성 통계국이 발표된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보고서.
박철현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일본 경제의 재건을 상징하던 마법의 단어 '인플레이션'이 마치 쇠락의 상징으로 보여진다. 수십 년간 정체된 일본경제는 '아베노믹스'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양적완화'를 통해 인위적 부양을 일으켜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망한 이후에도 양적완화는 지속되어 왔고,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작년 12월 정기 입장 발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없으며 기존 방침을 유지할 생각"이라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 발언이 있자마자 32000대를 유지하던 닛케이지수가 다시 33000대를 넘어 잠깐이나마 34000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1월 9일 현재 33763)
엔저는 다시 가속화됐고, 외국자본이 재진입했다. 주식, 펀드 투자하는 입장에선 신이 나겠지만, 일본의 개인투자자는 2021년 현재 1457만명으로 총인구의 1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다수 일본인들은 급여로 생활하며 저축, 예금을 한다는 소리다.
실제로 일본증권업협회의 2021년 연도말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금융자산은 총 2005조 엔이지만 절반을 넘는 54.3%가 예금 및 현금이었고, 투자금융자산은 10%(상장주식 6.5%, 펀드 3.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구조에서 예금은 수익성이 전혀 없으므로 결국 이 돈은 적자 가계 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겉으로 보이는 닛케이지수의 상승으로 일본경제가 호황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은 현실과 완벽하게 동떨어져 있단 소리다. 지금 당장 하루하루 지출하는 밥값이 걱정이고, 옷 살 돈을 아끼고, 여행을 줄이고, 취미생활을 포기하고 있다. 근 30여 년간 고물가 시대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본사회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자금법 문제 등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현 자민당 정권, 그리고 연일 최저치 지지율을 갱신하고 있는 기시다 내각이 앞으로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각자도생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미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 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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