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신원경
"하지만 어쩌겠나. '을'이니까 뭐… 하라는 대로 해야지."삼성그룹이 지난 15일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개편한 것을 두고 취업준비생들은 다소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류전형 부활, 총·학장 추천제 등 때문이다. 17일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변경된 전형이 취업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아직 변경된 채용제도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고, 삼성의 채용방식 변경은 다른 기업의 채용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 채용제도 개편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먼저 지원자 대부분이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서류전형에 통과한 지원자만이 SSAT에 응시할 수 있다. 한편 대학의 총장이나 학장에게 추천서를 받은 지원자는 바로 SSAT에 응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지방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삼성이 대학을 직접 방문해 면담을 진행하고, 통과한 자에 한해 SSAT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포함됐다. 더불어 SSAT 시험 방법도 보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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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원자가 과도하게 집중되고 취업 시험 준비마저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등 인재선발 과정에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게 됐다"며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면서도 사회적 부담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채용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SSAT만 바라본 사람에겐 큰 타격" vs. "그동안 응시자 너무 많아 낭비"가장 큰 변화는 서류전형 제도의 부활이다. 문아무개(25·여·대학생)씨는 "SSAT만을 바라보고 준비했던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라며 "서류를 통과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중된 꼴이다"라고 말했다. 문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마련한다고 하지만, SSAT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삼성의 서류전형 제도 부활은 다른 대기업의 서류전형 비중을 높이거나, 스펙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관(25·남·대학생)씨는 "삼성의 기준 변경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취업준비생은 이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씨는 "삼성의 채용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파급이 큰 만큼 변화 기간을 충분히 두는 등 준비생들의 혼란을 덜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단 스터디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황아무개(24·여·대학생)씨는 "서류전형이 부활한다면 결국 스펙으로 잘릴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황씨는 "전에는 최소 요건만 갖추면 SSAT를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 기회조차 얻기 어렵게 됐으니 스터디 사람들도 모두 불만"이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이 제도를 바꾸면 다른 기업들도 따라 바꿀 텐데 그것도 걱정"이라면서 "탈(脫)스펙화 추세가 다시 스펙이 중요한 추세로 바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황씨는 "결국 취업준비생들은 더 만능이 되어야 하는 현실에 놓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역대학에서 공부 중인 김아무개(28·여·졸업생)씨는 "학벌, 학점, 스펙 없이 취업이 가능한 곳이 그나마 SSAT라는 채널이 있는 삼성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취업의 길이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서류전형 제도를 두는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노혜인(24·여·대학생)씨는 "직무 관련 경험을 많이 보겠다는 것으로 보아, 실력 있는 사람끼리 겨룰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것들(스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 그것이 다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아무개(25·여·대학생)씨는 "지금까지는 솔직히 응시생이 너무 많았다"며 "채용의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제도 개선은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SSAT를 경험한 김아무개(28·여·졸업생)씨 역시 "응시자가 너무 많아 낭비라는 생각은 있었다"며 "준비 없이 '한 번 쳐봐야지' 하는 응시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아무개(25·여·대학생)씨 역시 "누구나 한 번 보려고 몰리는 경향이 심하긴 했다"며 "SSAT 강사, 학원, 족집게 과외까지 생겨나는 상황에서 SSAT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은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암기만으로 맞출 수 있는 문제를 줄이고 논리력이나 추리력, 인문학적 지식을 요하는 비중을 높이면서, 공간 지각 능력을 평가하는 영역도 추가하겠다는 SSAT 자체의 개편도 긍정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총·학장 추천제도, 투명한 학생 추천 방안 함께 제시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