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중 동국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핵발전소 공포-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강연을 하고 있다.
이희훈
10만인클럽은 '핵' 문제로 새해를 열었습니다.
무엇보다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새해. 어떤 내용의 강연이 우리들의 그런 바람에 부응하는 주제일까? 먹고 사는 문제와 환경으로부터의 안전이 해결되어야 인정, 사랑, 자아실현 등 사회적 욕구로 나아간다지요.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행복의 전제조건으로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꼽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무엇일까. 핵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핵무기? 그보다 우리 생활권에 들어와 있는 핵발전소 이야기입니다.(※핵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라 부르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핵발전소는 핵력을 이용해 열을 내는 것이니 핵발전소가 맞고 그래서 영어로도 'nuclear power plant'이지요.)
후쿠시마 핵사고가 바꾸어놓은 삶그래서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 미생물학)를 모셨습니다. 본질로 바로 육박해 들어가는 명쾌한 강의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지요. 경주에서 20년 동안 강의실과 집을 오가며 '얌전하게' 살아온 분이 어느 날 사회운동가가 되는 과정은 영화 <변호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탈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인 점이 그랬습니다.
김 교수는 경주에 방사능폐기물처리장 공사가 결정되자 지역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안전성 문제를 검토하게 됩니다. 결국 방사능이 누출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고, 2년 동안 공사 중지를 위해 애써왔지만 결실을 거두지는 못했지요. 조금씩 지쳐갈 무렵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직에서 연구위원장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서 호흡을 고르고 있던차,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졌습니다. 다시 그는 완전히 다른 삶으로 진입합니다. 후쿠시마 폭발 장면을 수백 번 보면서 "일본은 망했구나"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드는 생각. "한국에서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거의 매일 전국을 돌며 탈핵 강의를 했고 꼽아보니 530회. 7시간 운전해서 2시간 강의하고 집에 돌아와 이메일 확인하고 원고 쓰고 퍼자기. 그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가 가장 절망적일 때는 '그동안 내 강의를 들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어볼 때였다고 합니다. 3만명. 한 가지 이슈가 사회 변화로 이어지려면 100만 명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럴려면 내가 꼬박 100년은 강의를 해야겠구나. KBS 같은 곳에서 나에게 강의 기회를 준다면...." 그렇게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10만인클럽 회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14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이날 특강 '핵발전소 공포- 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에는 100석의 강의실이 꽉 찼고 부부, 친구, 자녀 등 동반 참석이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쑥고개 성당과 볍씨학교에서는 아예 무리지어 오셨습니다. 김익중 교수의 강의는 숫자와 낯선 용어들의 학술적 권위를 해체하는 방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