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거리의 중국어들이대 앞에서 중국어 소리와 중국어 글자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홍찬
또 다른 매장 앞에서 판촉행사를 하던 여성 직원들은 한국말로 "와서 구경하세요"라고 말하고 연이어 같은 뜻의 말을 중국어로 되풀이했다. 바로 옆에 있는 다른 화장품 매장 앞에 놓인 카세트 플레이어에서는 손님을 끄는 멘트가 우리말과 중국어로 번갈아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 밖에도 제품에 대한 설명, 매장에서 하고 있는 행사에 대한 홍보 글들을 중국어로 적어 놓은 알림글들이 대부분 매장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명동과 동대문서 자주 보던 풍경이었다.
그러나 화장품 매장은 효과를 누리고 있을까?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출은 10월 이후로 좀 떨어진 추세라고 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중국 교포 점원 이기림(가명, 28)씨는 "10월에 중국에 큰 명절(건국절 10월 1일)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작년(2013년) 한해를 보면 갈수록 매출이 준 것 같다. 특히 중국 손님들의 씀씀이가 확연히 줄었다. 예전에는 10명 중에 5명 정도가 20원어치씩 구매했다면 지금은 10명 모두 만원 대 손님이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이 많은 이 거리. 중국어로 쓰인 안내문과 각종 판촉 행사를 알리는 알림 글이 그득한 이대. 거리를 활보하는 중국인들에게 쇼핑 의사를 물었다.
펑리(여, 직장인, 31)씨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이화여대에 와서 사진을 찍고 가면 시집을 잘 간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아마 다들 이렇게 오는 것 같다"면서도 "화장품 쇼핑에 대한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리장(여, 직장인, 26)씨는 친구 세 명과 함께 휴가를 내어 한국 여행을 왔다. 한국 화장품을 많이 쓰느냐는 질문에 "평소에 한국 화장품을 많이 쓰지는 않는다. 몇 개 쓰는 게 있는데, 그거 아니면 한국 화장품을 사지 않는다"라고 했다. 리장씨 일행 4명 가운데 이대에서 화장품 쇼핑 의향이 있는 사람은 2명이었다. 리장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
사실, 서울에 관광하러 다니는 거리마다 화장품 가게가 너무 많다. 명동이나 동대문에서도 화장품이든 뭐든 충분히 쇼핑 할 수 있다. 또 면세점에서도 원하는 건 뭐든 다 살 수 있다. 굳이 이대에서 살 것 같지는 않다."리장 씨 외에도 중국인 관광객 8팀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굳이 이대 거리에서 화장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 그 가운데 그나마 강력하게 구매 의사를 밝혔던, 5일째 한국을 여행 중이라는 엘씨(25)씨. 그녀는 몇 년 전에 겨울 레포츠를 즐기러 한국을 방문한 뒤, 한국 저가 화장품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3번째 방문인 이번 여행에서는 화장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마스크처럼 저렴한 제품은 10개 단위로 대량 구매할 의사가 있지만, 만원이 넘는 크림은 한 두 개 정도만 살 것이다. 미처 사지 못해서 오늘 이대거리에서 화장품을 살 것 같다."실제로 중국인들이 이곳에서 화장품을 사는 비율은 별로 되지 않는다. 한 화장품 본사 홍보팀 정이선(가명)씨는 "이대에 중국인이 많이 오긴 하지만, 명동과 동대문에 비하면 '중국인 영향력'이 적은 곳이다. 명동과 동대문 매장 같은 경우는 매출의 85%가 중국인들이 채운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매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반면 이대의 경우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인 향한 이대거리, 한국인들은 향하고 있을까?공인중개사 정수철씨는 "이대에 중국인이 많이 오니까 화장품가게들은 어떻게든 자기 간판을 여기에 걸어야 한다. 화장품가게 있는 곳들이 대체적으로 다 임대료가 비싼 곳이다. 특히 A업체가 있는 곳, 그런 데는 정말 비싼 데다. 중국인들이 이대에서 화장품을 많이 사든 사지 않든 화장품 업체에서는 매장 간판을 달아야 한다. 여기서 광고가 되는 거랑 안 되는 거랑 차이가 있을 것"라며 화장품 매장이 많은 이유를 제시했다.
인천공항면세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이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사는 품목은 화장품이었다. 중국인이 면세점에서 지출한 총 비용 가운데 35%가 화장품을 사는 데 쓰였다. 한국 입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화장품 마케팅은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인 관광객들이 그다지 둘러보지 않는 안쪽 골목에는 빈 가게가 늘고 있었다. 큰길가가 아닌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봤다. 예전에는 옷가게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건물 1층의 상가 여러 군데가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