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현판식을 마친뒤 첫 회의를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1일 제주 벤처마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말까지 창당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언론은 이날 오전 안 의원의 기자간담회 소식을 긴급 타전하면서 한국사회에도 곧 '중도신당'이 탄생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날아간 안 의원의 일문일답 전문 중엔 유독 제 눈길을 잡아끈 대목이 있었습니다. 일문일답 중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일단 일문일답을 보시겠습니다.
- 지난 10일 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금태섭 새정추 대변인이 정파나 좌우 진영 간의 이념전쟁으로 변질돼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제주 사회에서는 교학사 교과서를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안 의원은 역사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이념논쟁으로 변질됐다고 규정하는지."교과서 문제에 대해 저희들은 아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지금 대한민국을 반으로 분열시키는 문제에 대해 양쪽 다 문제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들을 내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틀렸다고 보는 생각이 우리나라를 둘로 쪼개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저희들이 드린 말씀이 맘에 안 드실 순 있지만, 문제의식 자체가 서로 다른 생각이 다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말씀드린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는 팩트 문제지 견해차 아니다" 친일독재 미화 문제로 전국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채택률 0%를 나타내고 있는 교학사 문제에 대한 안 의원의 인식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발언은 지난 10일 안철수 의원 측의 신당 창당 준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금태섭 대변인이 밝힌 바와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안 의원 본인의 입으로 직접 교과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이날 제주 기자회견의 중심의제는 '3월 창당'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기자들로부터 안철수 의원의 역사인식과 교과서 문제에 대한 입장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안 의원의 입장이 알려지자 역사학자들과 역사연구단체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역사학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고문당한 것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적어도 민주주의 상식과 인권의 보편적 원칙이 제대로 선 상태에서 서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상식과 인권의 보편 원칙을 깬 사람들, 또 그걸 깬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 자체를 분열이라고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 교수는 "서로 다른 견해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역사학엔 기본이 있다"며 "있었던 것을 없었다고 하면 안 되고 없었던 것을 있었다고 해서도 안 된다, 있었던 것을 없었다고 하는 자들과 타협할 수 없고, 또 없었던 것을 있었던 것으로 미화하는 자들과도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특히 한 교수는 "독재시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수많은 일들에 대한 팩트(사실)를 공유한 토대 위에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교학사 교과서 문제는 있었던 것을 없었다고 한다거나 없었던 것을 있었다고 하면서 그것이 사실관계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 종북이고 좌빨이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점을 지적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대한민국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와 정신이 있는데 이번 교학사 교과서 문제는 그런 가치와 정신에 위배돼 비판받았던 것"이라며 "교학사의 역사왜곡 문제를 전형적인 양비론으로 보는 것은 이번 교과서 파문 문제의 본질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안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양 해놓은 교학사의 역사왜곡 문제를 어떻게 양비론으로 비판하느냐"며 "이미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 0%가 보여주는 것은 교학사 교과서의 필자들이 깨려고 하는 한국사회의 기본 가치를 시민들은 지켜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사회 기본 가치에 대해 이념적으로 양분해서 양비론으로 비판하며 이념대결로 몰아가려는 현 정권의 입장과 안철수 의원의 입장은 전혀 다를 바 없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낫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병욱 교수 "보수언론이 이데올로기 문제로 매도,안철수 말려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