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 화목을 들이고 쌓은 지난해 10월 중순 잡은 사진이다.
화목을 쌓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래도 지금까지 따뜻한 계절을 보낼 수 있어 좋다.
홍광석
지난해, 10월 벽난로용 참나무 3톤, 그리고 잡목 11톤을 구입하였다. 벽난로용 화목은 손질을 해온 것이기에 쌓기만 하면 되었고 잡목은 일당 20만 원에 벌목공을 고용하여 마당에서 잘라 집과 창고 둘레에 쟁였다. 그리고 지금 3개월 넘게 화목 보일러만 가동 중이다. 이제 보일러를 다루는 요령도 익혀 따뜻한 물을 언제든지 쓰면서도 실내 온도는 최저 섭씨 23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 들어 지금까지 벽난로는 딱 한 번 사용했다.
정확한 연료비는 아직 산출하기 어려우나 지금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7개월간 난방비는 전년도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칠 것 같다. 그보다 벽난로를 피우고도 지금보다 추웠던 작년 겨울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화목 보일러는 도시가스처럼 기온이 내려가면 실내에서 스위치만 올리는 편한 시설이 아니다. 기온과 바람에 따라서 또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 예상 시간에 맞추어 화목을 투입하는 등 보일러를 관리해야 한다. 예상 시간에 맞추어 화목의 크기와 종류를 골라내는 일도 경험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보일러 내부를 청소하고 연통을 막은 재를 털어내는 일도 해야 한다. 더구나 보일러실이 본 건물과 떨어져 있기에 날마다 새벽의 찬 공기와 부딪쳐야 한다.
아침이면 영하 4, 5도를 오르내리는 산골짜기의 일상은 단조롭다. 아마 음력 정월 보름 무렵까지 농사는 쉴 것이다. 그래서 요즘 글 쓰고 책 읽다가 그렇게 보일러를 지키며 산다.
마음을 비우고 사는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는 모른다. 무엇을 하겠다는 욕심, 무언가 얻고자하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다수가 행복한 좋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원하면서 다가올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모습이 아닐까.
아직 죽음은 생경스러운 단어지만 설사 그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오늘이 부끄럼 없는 하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