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불법 채증크고 작은 충돌이 있을 때마다 경찰들은 카메라를 들고 몰려 들었습니다.
류미례
그날, 주민들 때문에 여러 번 울컥했습니다. 경찰들의 비아냥에 울분을 터뜨리실 때, 누구냐고 묻는 경찰에게 우리 마을 새댁이라고 보호해주실 때, 그리고… 손바닥 만한 제 카메라를 가리키며 "우리도 카메라 있다!"라고 경찰들에게 소리칠 때, 저는 울컥임이 눈물로 번지지 않도록 애써 참아야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점심 때가 되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습니다. 할머니들은 힘든 산행에 도시락통 무게라도 줄이려고 비닐에 밥과 반찬을 싸오셨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찬 밥 한 덩이를 얻어 먹고 또 그렇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시끄러워졌습니다. 밀양경찰서장이 왔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을 편집 없이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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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합법입니까 주민들을 자신들의 땅에서 쫓아내는 것이 합법입니까? 주민들의 얼굴을 마구잡이로 찍는 것이 합법입니까?
ⓒ 류미례
경찰서장이 왔다 간 후로 모두들 시무룩해졌습니다. 저 또한 촬영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외부세력이라고 쫓아낼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날이 저물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네 개의 마을에 걸쳐있는 109 공사현장은 두 마을씩 돌아가며 지키기 때문에 주민들은 하루는 공사현장을 지키고 또 하루는 가을걷이로 바쁜 농사일을 하는 방식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천막을 지켜야했기 때문에 할머니 다섯 분과 아저씨 세 분, 그리고 저까지 아홉 명은 산 위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내려가면 다시 못 올라올 것같아서 남기로 했습니다. 밤이 되자 산은 추워졌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돗자리를 깔긴 했지만 습기가 올라올 것에 대비해 김장용 비닐봉지를 하나씩 받았고 바닥에도 비닐을 한 번 더 깔았습니다.
하지만 모자를 쓰고 비닐봉지 안으로 들어가 있어도 쌩쌩 부는 바람을 막기는 힘들었습니다. 새로 교대한 경찰들이 할머니들 고생하신다고 비닐막을 쳐주었습니다. 쿵쿵쿵 땅 파는 소리는 밤늦게까지 들려왔고 비탈진 땅 때문에 주르륵 주르륵 미끄러지며 자다 깨다 했습니다. 그렇게 산 위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배터리도 아껴야했고 촬영하다 쫓겨날까봐 몇 커트 못 찍었습니다만 그 밤의 분위기를 느껴보시라고 영상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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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위에서의 하루밤 70~80대 할머니들이
산 위에서 비닐을 깔고 하루밤을 보냅니다.
송전탑 저지를 위해서입니다. ⓒ 류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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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제작공동체 푸른영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 여성, 가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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