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맞는 옷 사가는 손님 볼 때 마냥 행복해요

남몰래 선행 실천하는 '햇살구제' 문소연씨

등록 2014.01.22 13:58수정 2014.01.22 13:58
0
원고료로 응원
a

최저가 2천원에 판매되고있는 구제옷집 앞 매대. ⓒ 박샘별


a

옷정리 작업에 몰두중인 햇살구제 문소연 씨. ⓒ 박샘별


내게 딱 맞는 옷을 '거저' 얻어가는 기쁨, 구제 옷 쇼핑

가게 앞. '무조건 2000원'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2만 원을 주고도 제대로 된 옷을 사기 힘든데 "진짜 2천원 맞아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네. 잘 안 나가는 작은 사이즈 2천 원에 싸게 팔려고요."

그럼 이집에서 제일 비싼 옷 가격대는 얼마냐고 묻는 기자에게 "8천 원? 9천 원 정도가 가장 비싼 옷이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구제 옷집'이라 가능한 가격대다.

"이정도면 거저예요, 거저."

가게를 방문한 대다수의 손님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기성복집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맞기만 한다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연출할 수 있는 훌륭한 패션 아이템이 된다고.

50%는 다른 사람이 입던 옷... 자원 재순환에도 기여


구제 옷집에서 옷을 이토록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다. 50%는 교회 바자회 등에서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가져오고, 50% 정도는 옷 공장에서 싼 가격에 이월상품을 떼어오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자신은 입지 않지만 옷 상태가 괜찮아 기증받은 경우 유명 메이커 옷들도 제법 많다고. "구제 옷이라고, 싼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햇살구제' 문소연(45)씨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다른 이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원 재순환이자 사랑의 실천 아니겠느냐"고 역설한다. 

힘들어봤기에 힘든 사람 심정 잘 알아

a

불우이웃 성금에 쓰이는 토끼저금통 ⓒ 박샘별


'햇살구제'의 계산대 옆에는 앙증맞은 토끼 저금통 두 개가 놓여 있다. "봉투 값 대신이에요"라고 답하는 문씨. 손님들에게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봉투 값' 명목으로 잔돈을 저축해 SOS 아동복지센터, 필리핀 어린이들 등에게 매달 3만 원씩 기부해왔고, 독거노인 분들에게 쌀 40kg씩 도와주기도 했다고.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셨어요. 어려운 형편에 식당일에서부터 분식집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죠. 힘들어봤기에 힘든 사람 심정 잘 안다고, 제가 힘들어봤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 있으면 꼭 도와주고 싶어요."

"행복을 파는 가게, 행복을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단순히 '구제 옷'을 파는 공간이기보다 손님들에게 '행복을 파는' 가게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문씨는, 오늘도 열 평 남짓한 가게 계산대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싼 가격에 옷을 구입하는 재미도 맛보고, 그녀의 유쾌한 입담에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다면, '햇살구제'의 문을 두드려보는 게 어떨까. 
#구제 #구제옷 #불우이웃돕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저를, 그리고 세상을 탐구해보고픈 마음에 시민기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소소한 일상이 빚어내는 힘인 '일상사'와, 전공인 역사학을 어떻게 '인문학적 소통'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