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권리를 찾고 주장하는 게 시민운동"

[인터뷰] 아름다운 실버 권혁세씨를 만나다

등록 2014.01.23 18:08수정 2014.01.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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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강의를 하는 권혁세씨 ⓒ 오문수


"세상에 전문가는 없어요. 관심이 전문가를 만듭니다."


"지금껏 살면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생활신조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한 권혁세씨의 얘기다. 올해 65세인 권혁세씨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정년퇴임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아는 것이라곤 회사와 관련된 지식이 전부였던 그였다.

그러나 그는 (사)여수시민협 상임대표를 지냈고 야생화 해설가로 일하면서 시민들에게 무료 사진 강좌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시민단체 상임대표를 그만 두고 나서부터는 여수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여수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추진위원장, 여수시 선관위위원 등을 맡아 열심히 일했다. 여수에 시내버스 자동화 시스템인 BIS를 도입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나이를 보면 실버인데도 젊은이보다 더 열심히 뛰며 시정에 참여해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한다.  요새는 평소 자신이 찍은 야생화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전문가들처럼 모든 지역의 모든 야생화가 아니라 여수인근에서 만난 야생화에  얽힌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글로 엮어낼 예정이다.  여수 시민운동가들의 든든한 선배이자 버팀목이 되어준 권씨를 만나 몇 가지 얘기를 나눴다.

- 퇴직하시기 전에 근무하던 회사는 무엇이고 몇 년간 근무하셨는가요?
"한국종합화학과 남해화학을 거쳐 1979년에 여천NCC에 입사해서 그곳에서 퇴직할 때까지 26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 그냥 회사에 열심히 다니면 승진도 보장되고 안락한 생활도 누릴 수 있을텐데 하필이면 시  민운동에 뛰어들었습니까?
"글쎄요, 안락한 생활보다도 그때의 생활이 지금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국민) 한사람인 내 권리를 찾는 거라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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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정년퇴임하고도 시민운동에 열심이며 사진강좌와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권혁세씨의 모습 ⓒ 오문수


- 회사에 근무하시면서도 시민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셨는데 회사 관계자와 불편하지는 않으셨는지요?
"불편하다고 느낀 점은 없었고 근무시간에는 철저히 바깥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 어떤 시민단체에 가입해 활동하시고 상임대표는 언제 하셨으며 시민단체 활동하던 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입니까? 또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사) 여수시민협이고요. 2006년~2009년까지 상임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은 항상 힘들지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성취감과 시민단체회원으로 활동한다는 자체가 보람이라고 생각 합니다."


- 현재 거의 모든 시민단체들에 일할 젊은이들이 없어요. 새내기들의 수급이 안 된다는 거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회적 흐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성취감이나 보람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절대 부인할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경제적 성취감이 삶의 전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의 중산층 기준에 드는 것 중 한 가지가 무엇인가하면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과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입니다.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이 이들 나라의 중산층 기준에 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 여수시민협 상임대표에서 물러나셨어도 시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셨는데 무슨 직함으로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단체의 책임자는 아니지만 구성원으로써의 활동을 했죠. 굳이 직함을 말하자면 (사)여수시민협 이사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직접 공개모집 신청해서 여수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여수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하였는데 참 어렵데요. 작년에 지자체 평생교육담당자가 재능기부 해 달라고 해 사진 강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땐 보람과 함께 재미도 있었습니다."

-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하셨는데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무엇이며 부탁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정치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선거(투표)입니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 이기도 하고요. 투표 정말 잘 하셔야 합니다. 가짜 물건을 진품인줄 알고 돈을 지불하고 속아서 사고 난 다음 시간이 지나 가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어떨까요? 선거도 이젠 정책 공약 등을 보고 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선 후에 그 정책대로 활동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됩니다."

- 언제까지 시민운동을 할 예정입니까?
"시민운동은 기간이 없지 않나요?  내 권리를 찾고 주장 하는 게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그밖에도 시민운동이나 정치에 관해 할 말이 있으면 한 말씀 해주세요.
"살면서 단체(정부나 지자체)나 개인이나 잘못이나 판단의 오류를  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문제는 그 잘못된 판단이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또 내 주장을 펴다가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이 다르고 틀렸다는 생각이 들 때는 과감히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고 내 주장을 철회하는 게  "멋" 이고 "다웁다" 라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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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씨가 촬영한 복수초. 봄이 되어 눈이 녹기 시작하면 꽃을 피운다. 북쪽 지방에서는 눈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으므로 눈색이 꽃이라고도 부르며, 중국에서는 눈 속에 피어 있는 연꽃이라 하여 설연(雪蓮)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복수초라고 한다. ⓒ 권혁세


- 야생화 사진촬영과 숲해설가로 활동하시는 이유는 무엇이고 사진을 촬영하면서 느낀 보람은 무엇입니까?
"사실 제가 민들레도 몰랐습니다. 아주 우연히 야생화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게 여기(철따라 보고 싶어지는 마음)까지 와 버렸네요. 그런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퇴직 후—그러니까 약 8년 정도 되는데 야생화도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하나에 관심을 두는 거지요.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꽃 한 송이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모든 분들이 자연의 구성요소 한 가지에 관심을 갖게 되면 환경문제도 조금 해소 되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니 숲을 보는 마음도 달라지고 숲이 우리에게 주는 게 우리 삶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 숲을 많은 사람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싶어 숲해설가 자격증까지 갖게 되었네요."

- 야생화 촬영 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꽃 몇 개체 피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우연히 넓은 지역에 밟지 않으면 지나 갈 수 없을 정도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장관을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요. 에피소드요? 화원을 하신 분에게 식사대접을 받았는데 결론은 야생화 있는 장소를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영업을 하시는 분에게는 장소는 절대 비밀 이라고 생각 합니다."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권씨의 핸드폰에는 지인에게서 문자가 들어왔다.

" 햇복수초- 눈바람 쳐도 피었답니다.618 전봇대 오늘오전~~"15시 30분"

실버지만 젊은이보다 더 젊은 아름다운 실버 권혁세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권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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