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권우성
- 지난 17일 MBC 노조 조합원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렸잖아요. MBC측은 곧바로 항소했고 당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는 보도를 했는데요."그날 사법부의 판단은 우리나라 언론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전진하는 데 기여했어요. 예를 들어 빵 공장 주인이 '몸에 해롭더라도 상관 없으니까 입에만 맛있는 빵을 만들어라'라고 하면 빵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가 '싫어요. 내가 만든 빵을 먹고 사람이 아프면 안 돼요'라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 노동자도 마찬가지예요. 공정치 못한 뉴스를 거부할 수 있는게 노동자의 권리죠. 좀 늦은 감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환영해요.
17일 저녁 MBC 보도는 뉴스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사측 입장도 아니고 김재철이나 김종국 사장이 속한 무리의 입장을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서 내보낸거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공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하라고 배정된 시간이고 그런 걸 지키라고 공영방송을 존중해 주는 건데 그들 진영이 사적으로 활용한 거죠. 2012년 당시 권재홍 앵커가 노조에게 맞았다고 톱뉴스로 보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 지난 연말 KBS이사회에서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결정한 의결에 논란이 있었는데, 수신료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신료 인상에 대한 저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공영방송 재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그럼으로써 자본권력에서 공영방송이 자유롭게 간다는 것이 논리적으론 맞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수신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것도 맞아요. 그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해요.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수신료 기분 좋게 낼 용의가 있을 거예요.
수신료 인상을 논하기 전에 KBS는 스스로 반성하고 올려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지 생각해봐야해요. 수신료 인상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다운지 여부가 중요한거죠. 이걸 먼저 논의하고 공영방송답게 법과 제도를 바꾼 다음에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을 물어봐야죠."
- 수신료 인상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세요?"지금 상태로 간다면 인상할 수 없다고 봐요. 만약 강압적으로 인상안이 결정되면 오히려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정치권에도 부담될 거예요. 그래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수신료 인상은 당연히 거부될 것으로 봐요."
-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언론 상황이 이대로 간다면 언젠가는 곪아 터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는데."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 생각에도 얼마 안 있어 대단한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언론노조도 과격한 방법으로 의사를 나타낼 것이고.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요. 2012년 파업 이후에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점점 안 좋아지고 있잖아요.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 과격한 방법이라 함은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노동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이죠. 저는 다시 파업 투쟁도 가능하다고 보고요. 준비 안 된 듯 보이나 바닥에 기본 정서는 깔려 있다고 봐요. 그런 정서가 언론 노동자와 코드가 맞을 때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싸움이 커지겠죠. 하지만 그전에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바래요."
- 지난 연말에 경찰이 철도 노조 집행부를 잡기 위해 민주 노총 건물에 강제 진입했죠. 그 건물은 언론사 건물인데."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봐요. 언론사 건물이 특별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보호 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언론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서 신문·방송을 제작해야 해요. '정말 가만 놔두면 안 되는구나, 이대로 세상이 흘러가면 제 2의 암흑기가 올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건물이었다면 안 그랬을 거예요."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는데요. 방심위의 일련의 행태를 어떻게 보세요?"국가에서 이렇게 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들의 행태는 (정권에 충성하는) 일방적 심의를 핑계로 하죠. 현재의 심의위 같은 조직은 없어져야 한다고 봐요. 이것은 자율심의로 넘기거나 시민의 영역으로 변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JTBC는 분명 종편이지만 방송 뉴스 중에는 그나마 낫게 평가됩니다."종편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해요. 왜냐하면 태생적으로 부조리하잖아요. 보수신문에게 새로운 매체를 제공하기 위해서 법을 개악했죠. 정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법 제도 내에 재검토해서 다시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JTBC 뉴스에 대한 평가가 요즘 좋아요. 이분들이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바꿔 말하면 지상파 뉴스가 망가짐으로써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부분도 있어요. 종편은 사라져야 하지만 이런 뉴스가 나오는 것은 박수 쳐주고 있어요."
- 앞으로 언론계에 대한 전망 부탁드립니다."언론노조를 비롯한 양심적인 언론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으니 (노력 여부에 따라) 장악된 기간이 축소될 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겠죠. 올해는 적어도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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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태로 가면 KBS 수신료 인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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