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협소한 베란다 먹이통. 직박구리 한 마리가 찾아왔다.
김어진
새들과 같은 장소에 어울려 산다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직접 해보면 삶을 한층 더 보람차게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즐거운 일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하기로 마음먹은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 하고 신년 목표로 삼고 있다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해보자.
미국 시골만큼이나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 도시에서도 보이는 새들이 있다. 직박구리, 곤줄박이, 박새, 쇠박새, 진박새, 오목눈이, 참새, 까치, 쇠딱따구리 등 흔하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쉽게 보이지 않는 우리 이웃들이다. 이 녀석들이 나의 주 타깃이다.
미국 사람들처럼 집 앞에 넓은 마당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에겐 베란다라는 새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기에 적합한 장소가 있다. 그러나 수요가 없어서 그런지 미국처럼 새 전용 먹이통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직접 만들면 되지 문제될 건 없었다. 실제로 내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는 베란다 난간에다가 새 먹이통을 설치하여 이미 새들과 더불어 사시는 분들이 여럿 계신다.
대부분 안테나 또는 난간에 메달 수 있는 화분대를 이용하여 먹이통들을 만드셨는데 우리 집에는 화분대도 없고 안테나도 없어서 그냥 집 안에 굴러다니는 적당한 목재를 찾아서 적당히 베란다 난간에다가 묶어버렸다. 보기에는 매우 협소하지만 내 눈에는 매우 그럴싸하게 보였다. 그 위에다가 먹다 남은 귤을 몇 조각 올려놓으니 금상첨화. 이제 새들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