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만 사는 작은 섬, 사자를 닮았네

[한국의 섬 24] 섬속의 섬 광대도

등록 2014.01.25 15:36수정 2014.01.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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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도 일명 사자섬의 형상 웅크린 사자 형상의 모습 ⓒ 이재언


목포에서 오전 8시 반에 출발하는 신해7호는 목포항을 출발하여 해남군인 시하도를 들렸다가 신안군 마진도, 백야도, 율도, 고사도, 평사도에 배를 댔다가 진도군으로 와서 저도, 쉬미 다음에 광대도(사자섬), 송도, 혈도, 양덕도(발가락섬), 주지도(소가락섬), 가사도를 거쳐서 조도군도로 들어가는 느림보 여객선이다.


이 신해7호는 진도군와 해남군, 신안군 일부 섬 주민들의 발이다. 이 섬들의 거리가 보통 1km~3km 사이로 진도군에서 관광 자원화하였다. 이들 주변 7~8개 조그만 섬들은 모두가 기암괴석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 관광을 만끽할 수 있다. 진도읍 쉬미항을 출발한 유람선은 푸른 물살을 가르면서 조도권의 청정해역과 섬 절경을 유람한다.

관광선의 운항시간은 1시간 30여 분. 진도읍 쉬미항에서 출발하여 작도도(꽃과 나비의섬), 광대도(사자섬), 송도, 혈도(구멍섬),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불도 (부처의 섬) 방고도, 장도 등 10여 개 섬을 돌아 쉬미항으로 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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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행 신해7호 진도군,해남군,신안군 일부 섬의 발 ⓒ 이재언


광대도는 면적 0.05㎢, 해안선 길이 0.9㎞로 이정남(63)씨와 부인 김성자씨가 살아가는 아주 작은 섬이다. 광대도는 조도면 가사도리에 있는 섬으로 가사군도의 5개 부속 섬 중 하나로 일명 '사자섬'이라고도 한다. 마치 큰 사자가 앉아 하품을 하고 있는 광경을 연상케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이름 중에 동물의 형상을 닮은 이름이 많이 있다. 코끼리, 새, 용, 말, 늑대, 범, 곰, 토끼, 염소, 소, 고슴도치, 닭, 누에, 사슴, 그 외에 지도, 사람의 위, 부처, 구멍, 얼굴, 나팔, 항아리, 병풍, 무녀,  문갑, 어금니, 장고, 빙하, 연꽃 등이다.

필자가 수많은 섬에서 본 중에 광대도 만큼 사자를 닮은 크고 완벽한 섬은 없다. 사자섬이라 불리우는 광대도는 광대도라는 본래의 이름보다는 '사자섬'이 더 유명하리 만큼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엎드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다위에 펼쳐진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섬 광대도는 해발 77m이다.

수십미터 낭떠러지 같은 바위굴 속으로 아찔한 순간들을 겪으며 기어오르노라면 굴 속 돌부처를 지나 광대도 주봉인 제일 높은 신선바위 또는 바둑바위의 해발 77m 상봉에 오를 수 있다. 발밑으로 깎아 지르는 듯한 절애, 파도 위로 나는 이름 모를 새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주요 어획물은 톳과 미역이다. 옛날에 선녀들이 놀았다고 하는 칠성바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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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관광객 바다에 떠 있는 배는 탐사선 등대호 ⓒ 이재언


이 섬에 필자가 타고 온 등대호가 도착했을 때 어느 부부가 정답게 낚시에 여념이 없었다. 진도에서 들어왔던 조상들의 뒤를 이어 이 섬에서 나고 자란 이정남씨가 부인 김성자씨와 함께 파도를 벗 삼아 살아갈 뿐, 아무도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곳이다.

진도에서 들어왔던 조상들의 뒤를 이어 이정남씨 부부가 6대째 광대도를 지키고 있다는 이 섬의 유일한 가구주. 개인 소유가 된 이 섬의 주인이었지만 섬이 아름다워 서울에 사는 사업가가 2억 원을 주고 사서 개발할 예정이라고도 하였다.

선착장에서 내려 동쪽으로 이어진 길로 가면 중간지점에 집이 한 채 있다. 한때 3대가 살았을 때에는 섬에 아이들 소리도 들리고 사람사는 것 같았지만 아이들은 모두 목포에 나가 산다. 아저씨도 집이 목포에 있어 실질적으로는 두 개다. 한때 최고 인구는 1973년에 3가구 17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섬에 집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 아무리 인구가 적더라고 해도 대부분 집들이 10여 채 이상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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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도 선착장 육지에 걸려 있는 배가 이정남씨 소유 어선 ⓒ 이재언


정남씨가 어린 시절 뛰놀던 광대분교도 1995년에 문을 닫았다. 정남씨 집은 예전에는 학교 터였다. 집 마당 한 켠에 있던 초등학교는 폐교되었고 대신 '학교종' 하나가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김정호 기자의 <섬. 섬 사람들> 책에 의하면 광대도에는 1970년도에 학교 순회 강사인 최동석씨가 교사생활을 정년 퇴직하고 이곳에 배치되어 7명의 분교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아직 분교가 지어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 마을 이영도(75)씨의 큰 방에서 이씨의 손자 8명을 앉혀 놓고 공부를 하였다. 한글 교과서와 칠판과 풍금이 잇다는 것이 다를 뿐 서당과 다를 바 없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워낙 가난에 찌든 생활을 해야 했지만 자식들 배움 만큼은 남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곳은 분교가 아닌 분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옛날에는 어디에나 아이들이 많아서 교실이 부족해 마을 공회당을 빌려 사용하였고, 학교 가을운동회 만큼 큰 축제가 없었다. 운동장을 중심으로 빵집, 술집, 엿장수, 과일 장수, 사탕장수들이 장날처럼  늘어서 있었다. 운동장에 길게 묶어 둔 새끼줄엔 학부모들이 쌈짓돈 꺼내 백 원짜리 천 원짜리 지폐를 꽂았다. 그 돈을 가지고 학교 비품도 사고 행사도 치렀다.

추운 겨울에는 각자 집에서 나무를 가져오기도 하고 산에서 솔방울을 채취하기도 하여 난로를 땠다. 먼곳 마을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오고, 가까운곳 아이들은 점심 때가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찐 고구마를 먹고 왔다.

아직도 산골이나 오지 섬에는 1~2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현장 종종 볼 수 있다. 이제 우리의 미래인 이 작은 학교들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게 될 섬들의 내일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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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전지판 전기가 부족하여 촛불을 많이 켠다. ⓒ 이재언


광대도는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U자 식으로 들어간 해안에 선착장을 만들어 놓았다. 선착장 위로 능선을 보면 집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집 주위에 공터가 넓게 형성되어 있지만 주거시설은 없다. 공터에는 누런 잡초만이 이곳이 폐허임을 드러내고 있다. 노란 물탱크와 작은 태양열전기시설 단자 그리고 조그마한 학교 운동장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의 넓은 초원. 주위에는 각종 어구들의 작업도구로 어수선하다.

길은 남서쪽으로 이어진다. 능선을 넘어서면 아래로 이어지고 이어 바로 해안가. 여기서 보면 오른쪽으로 신안군의 하태도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송도와 혈도가 보인다. 저 멀리 양덕도도 있다. 주위를 돌아봐도 별다른 특징이 없고 집이 있었던 흔적도 없다. 동쪽으로 이어진 길을 가면 시누대가 많아 터널을 이룰 정도다. 시누대터널을 지나면 조그마한 밭이 있고 산길이 있다. 어느 정도 가면 물탱크가 있다. 더 이상 갈 수 없다. 아래쪽에는 해안가다.

한편 정남씨의 부친이며 고인된 이영도 할아버지는 당시 여느 농어촌 마을처럼 밀주를 담가서 몰래 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1967년도 여름 어느날 양복을 입은 외지 양반이 건너 섬에서 이 섬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그리웠던지 이 노인은 반가워서 집에 비장에 두웠던 농주를 걸러 대접했다가 밀주를 해 먹는다고 적발되어 당시 거금 2만 원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과연 이런 멀고 험한 낙도 중에 낙도까지 와서 밀주를 해 먹는다고 잡아가는 세무서원이 그 당시에 농어촌에 많이 있었던 일이 새삼스럽다. 그때가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이 섬엔 전기가 없고 태양열 전지판을 통해 불을 켠다. 날씨가 흐리면 아직도 호롱불을 켜고 생활한다. 광대도는 비록 한 가구가 살지만 이곳에는 매일 신해7호 여객선이 지나간다. 조도에서 목포까지 상·하행선이 있는데 물론 내릴 손님이 있거나 아니면 섬에서 큰 깃발로 수신호를 보내면 배가 접안한다. 작은 선착장에 빨간 깃발이 꽂혀 있으면 목포에 나들이를 가겠다는 표시다. 그러면 부근을 지나는 신해호가 깃발을 보고 서서히 접안 한다.
#사자섬 #광대도 #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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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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