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텍고, 교학사 교과서 '뒷북' 채택... 왜?

[단독] 곽일천 교장 "균형 잡힌 역사교육 위해"... 교육단체 "규탄운동 전개"

등록 2014.01.28 15:45수정 2014.01.28 16:46
8
원고료로 응원
a

서울 디지텍고가 학교 누리집에 올려놓은 '학운위 논의 결과'. ⓒ 서울 디지텍고 누리집 갈무리


[기사 보강 : 28일 오후 4시 45분]

사립학교인 서울디지텍고가 우편향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추가로 채택했다. 보수적 역사관을 갖고 있는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서울디지텍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서울디지텍고 누리집에 공개된 학교운영위원회 결과와 회의록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24일 학교운영위원회 임시회를 열어 교학사 <한국사> 교학사를 교재로 채택했다. 당초 이 학교는 비상교육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학교 예산으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30~150권을 구입해, 교재로 활용하기로 했다. '잘못된 부분 수정 후', '균형 잡힌 역사교육에 활용'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서울디지텍고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배경에는 곽일천 교장이 있다. 곽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한국사 교재 채택 안건을 제안하고 의결을 주도했다. 그는 지난 9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균형 잡힌 역사 교육을 위한 첫걸음으로 발행된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가 표면적으로는 학교 현장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처럼 보여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라며 교학사 교재 채택을 예고했다.

곽 교장은 지난 14일 학교 누리집에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의 교학사 교과서 소개 동영상을 올려놓기도 했다. 조 전 의원은 "좌파들이 친일적이다, 독재를 미화한다는 식으로 허위사실을 퍼트리고 있다, 그 선전 선동이 먹혀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일천 교장 "균형 잡힌 역사교육 해야"

a

지난 24일 열린 서울 디지텍고 학운위 당시 곽일천 교장의 발언 ⓒ 서울디지텍고 누리집 갈무리


이날 서울디지텍고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모든 안건에 대한 의결이 마무리되자, 곽일천 교장은 갑작스럽게 "한국사 교과서 추가 채택에 대한 위원님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는 말을 꺼냈다.


곽 교장은 "지난번 한국사 교과서(비상교육) 채택을 하였으나, 교과서 선정 과정의 시간적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미비한 점이 많이 발견됐다"면서 "따라서 본교는 역사 선생님들 및 여러 선생님들과 다시 교과서 선정에 대한 재검토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검토 결과, 하나의 편향된 교과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선으로 균형 잡힌 역사교육을 하자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먼저 교학사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이것을 바로잡게 하여 수정한다면, 다른 교과서와 함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곽 교장은 또한 "처음에 복수채택으로 하지 않고 뒤늦게 추가 채택되어 학생들의 추가비용이 부담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학교에서 30권을 구매해서 활용하고자 한다"면서 "학교 예산이 가능하다면 150권을 구매하여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라며 "예전처럼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생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창조경제의 주역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위원 이아무개씨는 "역사교과서와 관련하여 저희 학교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워낙 역사교과서에 대한 이슈가 크다 보니 학부모님과 많은 의견을 나누었는데, 어머니들의 의견은 교학사 교과서를 실제로 보지 않고 비난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교학사 책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한다는 전제 하에 추가 채택하는 것은 괜찮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교장선생님 말씀대로 오히려 학생들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알게 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위원 김아무개씨는 "처음에는 왜 교학사 교과서를 추가 채택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니 동감이 된다, 찬성한다"고 밝혔다.

박재홍 서울디지텍고 교감 역시 "예전에는 역사교과서가 국정교과서로 교육부에서 편찬하였지만 지금은 출판사마다 편향을 가지고 역사교과서를 기술하고 있다"면서 "추가채택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를 보고 균형 잡힌 역사교육을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고 거들었다.

곽 교장은 "이 한국사 교과서는 2014학년도 1학년 신입생이 사용하게 되므로 신입생과 학부모 총회 때 이러한 내용을 잘 전달할 것이며 다양한 교육과 균형 잡힌 역사교육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후 이 안건은 6명 위원의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이 학교에서는 150여 명의 1학년 학생들이 한국사를 배운다.

교육시민단체 "규탄운동에 나설 것"

a

서울디지텍고는 27일 누리집을 통해 교학서 <한국사> 교과서를 추가 채택했다고 밝혔다. ⓒ 서울디지텍고 누리집 갈무리


28일 곽일천 교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박재홍 교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리가 채택한 비상교육 교과서를 위주로 교육을 하되, 교학사 교과서를 참고할 것"이라며 "오류가 있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참고해 교육할 것이다, 친일을 가르친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감은 수정된 교학사 교과서의 최종본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학사 교과서에서 논란이 된 부분이 수정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수정 안 된 내용은 어떤 것'이라고 교육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교육시민단체들은 규탄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옥성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는 "교장이 이미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기정사실로 정해놓은 가운데 뒤늦게 학운위를 열었다, 이는 학부모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라면서 "친일 독재미화 무더기 오류 교과서 채택을 규탄하는 활동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성희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도 "교장과 이사장·행정실장이 친인척인 족벌사학이 결국 정치적인 이유로 교학사 교과서를 밀어붙였다"면서 "이런 행동이야말로 교육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태도가...' KBS와 MBC의 엇갈린 평가
  2. 2 감정위원 가슴 벌벌 떨게 만든 전설의 고문서
  3. 3 6자로 요약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 노래 들려주고 싶다
  4. 4 누드사진 강요에 '업둥이'까지... '미녀와 순정남', 진짜 괜찮나?
  5. 5 그래픽 디자이너 찾습니다... "기본소득당 공고 맞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