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최후진술 "내란음모는 토끼에서 뿔 찾는 격"

[내란음모사건 45차 공판] 거듭 무죄 주장... 17일 오후 2시 선고

등록 2014.02.03 21:12수정 2014.02.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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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4시 40분경, 고요하던 법정이 갑자기 노트북 자판 치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내란음모사건 45차 공판이 열린 수원지방법원 형사대법정에서 이날의 핵심 장면 중 하나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최후 진술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취재진들이 분주하게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가운데 확신에 찬 이 의원의 목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졌다.

이 의원은 "내란음모사건은 그야말로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현역 의원이, 선거로 선출됐고 취임 첫 해를 맞아 국민 과반수 지지를 받은 현 정권을 폭력적 방법으로 전복하려고 했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자신의 내란음모·선동혐의를 "토끼에서 뿔을 찾는 격"에 빗댔다. 없는 것을 없다고 하는데, 없는 사실을 증명하라고 하니 황당하다며 자신의 결백을 강조한 표현이었다.  지난해 11월 12일 첫 공판에서 자신은 한쪽 이념에 치우친 '외눈박이'로 살아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던 이 의원은 한 번 더 "30년 진보운동에서 북이든 소련이든 쳐다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30년 진보운동에서 북이든 소련이든 쳐다보지 않았다"

a 언론에 공개된 '내란음모' 결심공판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모습이 역사적인 재판인 것을 고려해 시작전 10분가량 언론에 공개되었다.

언론에 공개된 '내란음모' 결심공판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모습이 역사적인 재판인 것을 고려해 시작전 10분가량 언론에 공개되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의원은 국정원이 내란음모사건을 조작했고, 법무부는 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국정원에 이번 사건을 제보했던 이아무개씨조차 지난해 8월 28일 압수수색 전까지 이 사건이 내란음모사건인지 몰랐고, 국정원이 법원으로부터 마지막 통신제한조치(감청)허가를 받은 7월 28일자 문서에도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쓰여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사건이 터진 지난해 8월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민적 분노가 컸고, 청와대의 책임을 묻던 시기였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음모가 있다면 제 내란음모가 아닌 박근혜 정부의 영구집권 음모가 있었다는 게 사실에 부합할 것"이라며, 검찰이 이 재판을 이용해 야권연대를 깨고 야권의 집권을 막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통합진보당은 "그 광기의 한복판에서 희생양으로 몰아세워졌다"고 했다.

"이번 재판이 우리 민주주의가 어디까지인지를 알리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또 우리 사회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이정표가 되길 기원합니다."


그는 "겨울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새봄의 서곡을 알리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바란다"며 약 1시간 20분 동안 이뤄진 최후 진술을 마쳤다(이석기 의원 최후 진술 전문보기).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상호 전 경기진보연대 고문, 김홍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홍순석 부위원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새날의료협동조합 이사 역시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들은 지금껏 재판부의 진행이 공정했다며 판결 역시 그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첫 공판 이후 모처럼 변호인 자격으로 공판에 출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또한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내란음모 등은 당연히 무죄"라며 "검찰 주장은 극단의 적대의식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공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제보자 이씨의 진술 신빙성 탄핵에 집중

a 허탈한 표정으로 법정 나서는 이정희 대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허탈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허탈한 표정으로 법정 나서는 이정희 대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허탈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a 최후 변론 마친 김칠준 변호사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내란음모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와 변호인단이 최후 변론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최후 변론 마친 김칠준 변호사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내란음모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와 변호인단이 최후 변론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에 앞서 약 3시간 동안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이 있었다.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복하기 위해 변호인단이 작성한 변론요지서의 분량만 약 250쪽에 달했다. 프리젠테이션 파일도 126장이었다.

최후 변론을 주도한 김칠준 변호사는 특히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제보자 이씨를 집중 탄핵했다. 그는 이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이나 단순 당원이 아닌 국정원 수사관의 보조자로 활동했다"며 "그의 증언 등이 신뢰할만한지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법정에서 ▲ 소위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 혁명조직)' 강령과 조직 체계, 5대 의무 등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고 ▲ 국정원 수사관에게 녹음파일을 건넬 때마다 공금으로 20만~30만 원을 받았으며 ▲ 최초 국정원에 연락했던 2010년 진술조서와 2013년 진술조서의 내용이 엇갈리는데, 주로 RO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2010년 진술조서에는 없던 RO관련 내용이 2013년에 등장하는 부분을 언급하며 이씨가 거짓으로 진술조서를 작성해 자신이 공익제보한 것처럼 꾸며 국정원으로부터 보상을 받으려 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여러 가지를 비춰 볼 때 그의 진술은 주장일 뿐 증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근래 지휘원' 호칭 논란도 재차 언급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지난해 5월 10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청소년수련원 모임에서 김근래 부위원장을 "지휘원"이라고 불렀다며, 이 모임이 공식 당원 모임이 아닌 비밀지하조직 RO 모임이고 이 의원이 총책인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변호인단은 "김근래 지휘원"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김근래 지금 오나"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7일 증거조사 당시 법정에서 직접 틀어본 녹음파일에는 잡음이 많이 들어가고 소리가 작게 들려 이 부분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종 의견 진술 때 훨씬 선명한 녹음파일을 준비, 이 대목을 반복 재생했다. 법정 안 스피커에선 네 차례 "김근래 지휘원"이란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변호사는 "(변호인단도) 이걸 정확히 녹취하려고 수차례 들었는데, 오늘 검찰처럼 들리지 않았다"며 이 파일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지휘원 호칭 논란에 대해 "재판장님께 다시 한 번 판단해달라는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오후 2시 1심 선고

a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조작한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내란음모 조작사건 정치구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의원과 구속자들에 대한 무죄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조작한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내란음모 조작사건 정치구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의원과 구속자들에 대한 무죄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a 통합진보당 당원 "이석기 의원님 힘내세요"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이 의원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떠나자, 당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원 "이석기 의원님 힘내세요"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이 의원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떠나자, 당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 유성호


내란음모사건 1심은 공판이 시작된 지 97일째인 오는 17일, 그 막을 내린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에 선고 공판을 연다고 밝혔다.

검찰의 구형 때에도, 최후 진술 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던 피고인 7명은 이날 재판이 끝나자 미소를 보였다. 이들은 변호인단과 악수를 나누고, 가족과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방청석에서 일어난 사람들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잘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라고 소리쳤다.

약 3개월여 동안의 공판을 일단락 지은 김정운 부장판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피고인들의 호송을 위해 법정에 50회가량 나온 교도관들과 법정 안팎과 법원 부근에서 종일 경비 업무를 맡았던 경찰관들에게 특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석기 #내란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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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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