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위해 지난 2013년 10월 1일 장비와 인력을 현장이 투입한 가운데, 이날 오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마을 철탑 현장 입구에는 주민 30여명이 모여 장비 진입 등을 막으며 경찰과 대치하거나 충돌했다. 사진은 경찰을 뚫고 올라간 일부 주민들이 다른 경찰과 다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윤성효
"몸에 쇠사슬을 묶은 할머니들""거친 사투를 벌이는 시골 할머니들"지난해 10월 재개된 경남 밀양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모습을 일부 언론은 이같이 표현했다. 대부분 60~70대인 주민들이 시민·사회단체 등 '외부세력'에 물들어 '집회 투사'로 변한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고압 전류가 건강과 농작물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주민들이 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는 이들 기사에서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시작됐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매'와 '할배'들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전하기 위해 인권운동가와 작가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바 '꽃보다 할매' 프로젝트다.
밀양 주민 15명 이야기 엮어 책으로 출간'꽃보다 할매' 프로젝트는 밀양 주민들의 삶,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 등을 그대로 기록하자는 취지로 인권활동가와 작가들이 진행 중인 작업이다. 이들이 어떤 사연으로 밀양에서 살게 됐고, 무슨 이유 때문에 추운 날씨 속에서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 하는지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기록하겠다는 취지다.
꽃보다 할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프로젝트 시작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순수하게 아무 고민 없이 살다가 송전탑 공사 때문에 투사처럼 싸우게 된 시골 노인? 언론 보도에 비춰진 밀양 주민들의 모습은 딱 이랬어요. 그런데 막상 밀양에 가서 어르신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냥 이분들도 저랑 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인 거예요. 송전탑 문제가 자신의 삶과 직결돼 있으니까 그렇게 싸우는 거고요. 밀양 주민들의 속마음을 자세히 들어보자는 취지로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역사에 쉽게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남겨두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미류 활동가를 비롯한 작가·영상제작자 등 20여 명은 지난해 12월부터 모여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고, 곧이어 '밀양 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를 통해 주민 15명을 소개받았다. 대부분 나이가 60~70대로, 남성 2명을 빼고는 전부 여성이라고 한다.
이들은 올 1월부터 주민 인터뷰를 시작했다. 팀 구성원 대부분 직장이 있어 업무시간 외에 틈틈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2월 중으로 인터뷰 작업을 마무리해 최대한 빨리 책으로 엮어 출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출판사와 계약도 맺었다. 미류 활동가는 " 여유 있게 진행할 수도 있지만, 하루 빨리 밀양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해 송전탑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무리를 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팀의 포부와 달리, 구술기록 작업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미류 활동가는 "빠듯한 일정도 문제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재정이 넉넉지 않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집필진 대부분이 서울·수도권에 사는데요, 다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그런지 교통비가 꽤 많이 들어요. 왕복 기차표를 구입하고 마을까지 들어가기 위해 택시를 타면, 한 번 갈 때 마다 1인당 10만 원 이상은 들어요. 그런데 저희가 어디서 지원금을 받고 작업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어요. 지금까지는 출판사에서 받은 선인세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작업은 거의 마무리 됐지만 추가 인터뷰가 남아있어 걱정이네요."소셜펀딩 통해 프로젝트 지원금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