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700석 사흘만에 '완판'

<또 하나의 약속> 공동상영 진행 후기

등록 2014.02.09 10:15수정 2014.02.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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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가 동이 났다. 공동상영하기로 하기 이틀 전, 700장 티켓이 '완판'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천원이라도 더 붙여서 삼성서비스 투쟁기금이나 할 걸"이라고 말하며 우리 모두는 웃었다.

그저 우리 금속노조가 투쟁하고 있는 삼성노동자 얘기를 다룬 영화니 함께 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안산에 있는 금속노조 사업장들이 모여서 보자고 했던 일인데 평택지역도 보자고 했고, 지역에서도 함께 보자, 러브콜이 왔다. 좋았고 감사한 일이었다. 덜컥 안산과 평택 메가박스에 700석을 예약했다.


700석이 사흘 만에 '완판'된 사연

그런데 역시나 삼성이지. 단순하게 벌인 일이 그리 간단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안산 메가박스는 개봉 여부에 대해 차일피일 미루며 확답을 주지 않았고, 평택 메가박스는 이미 발권했던 티켓을 환불하겠다며 반납을 종용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우리는 메가박스 측에 "상영하지 않는 것이 극장 측의 입장인가"를 물었지만, 메가박스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아마도 지난번 영화 '천안함' 개봉을 두고 언론의 도마에 올랐던 것이 부담스러운 듯 했다. 삼성도 무섭지만 여론도 무섭다!

이 영화는 결국 여론과 시민들의 힘으로 개봉이 되었다. 우리 금속노조 경기지부에서 공동상영을 추진한 두 주 동안 우리와 같은 사례가 전국에 무수히 일어났다. 이 사실이 sns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오히려 관심과 분노가 개봉관을 하나씩 늘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추가 상영계획이 없었던 메가박스는 상영관과 상영횟수를 늘렸다. 이런 걸 두고 삼성의 셀프디스라고 해야 할까?

"노조가 없는 곳의 노동자들도 돌보아 달라"


2월 8일 공동상영 당일, 황상기 아버님과 제작진이 왔다. 아버님 역을 맡았던 박철민씨를 비롯해 배우들까지 영화관에 깜짝 방문을 해서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황상기 아버님은 "노조가 있는 곳에 계신 분들과 시민 여러분들이 노조가 없는 공장, 열악한 내 옆의 사업장에 관심을 돌려주시고, 어려운 분들의 호소에 귀기울여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당부하셨다. 스스로 '삼성과 싸우고 있는 또라이'라고 소개한 삼성서비스지회 박성주 부지회장은 "삼성 투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그리고 삼성이 바뀌지는 않는다. 여전히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은 백혈병을 비롯해 직업성 희귀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은 골리앗 삼성에 맞서 다윗의 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속의 '진성반도체'를 모든 관객이 '삼성반도체'라고 읽고, 처음 20여 개에 불과했던 개봉관이 160여개 관으로 늘어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시민들'이라는 또 다른 축의 '외압'에 의해 상영관이 조금씩 늘어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스크린 바깥의 기적같은 싸움

바로 우리 모두가 이번 기적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리고 지금 삼성의 노동자들이 영화 속이 아닌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우리 노동자들에게 특별하고 절실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 눈물을 훔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길 것이고, 세상은 바뀔 것이다. 스크린 밖의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금속노조 신문 '금속노동자'에도 실렸습니다.
첨부파일 또약속 후기.hwp
#또하나의 약속 #삼성반도체 #반올림 #황유미 #황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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