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맞짱뜨는 북한? 어리석다

[주장] 북한은 언제까지 극보수 언론 주장에 과민 대응할 것인가

등록 2014.02.15 22:21수정 2014.02.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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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관해 재고 가능성을 비치면서 그 첫 번째 이유로 들고 나온 것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아니라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 문제였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고 우리의 체제에 대한 비방중상이 계속되는 한 이룩된 합의 이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과 비방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12년 6월에는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명의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사들의 좌표까지 공개하며 이른바 '조준 타격'까지 하겠다고까지 위협한 바 있다.

그만큼 북한에서는 이른바 '최고존엄'이 자신들의 목숨 이상으로 고귀하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조선일보>의 김정은 제1비서 구둣발 유아원 방문 등 관련 보수 언론사들의 기사를 문제 삼았다. 특히, <연합뉴스> 등의 북한 관련 보도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를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는 이번에 발생한 이른바 '최고 존엄' 모독 문제에 관해 지난 9일 자 정론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 매체는 "남조선 당국은 언론의 자유니, 언론통제 불가능이니 뭐니 하며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험담과 비방중상을 절대로 묵과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원칙적 요구에 온갖 변명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도 통할 수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매체는 "남조선이 언론에 대한 통제가 지구 상에서 가장 철저한 곳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을 보수화·반동화하고 진보적 언론들에는 자갈을 물리며 저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해 갖은 발악을 다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이 또다시 우리의 최고존엄을 비방중상하는 모략 보도를 쏟아내게 한 것은 대화 상대방을 극도로 자극시켜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을 냉각시키기 위해 감행되는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도발이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헌법 규정에도 없는 '최고 존엄' 용어


이러한 주장은 북한이 이른바 '최고존엄'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북한이 언급하는 이 '최고 존엄'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헌법이나 노동당 규약 혹은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등에는 등장하지 않는 용어이다.

즉, 이 '최고존엄'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단어다. 지난 2009년 5월 3일, 북한 조평통은 2008년 월터 샤프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등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뒀다는 발언을 비난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조평통은 "남조선을 강점하고 있는 침략군의 사령관이라는 자가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걸고 들며 호전적인 망발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를 추호도 용납할 수 없는 적대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최고 존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통 북한에서 말하는 '혁명의 최고수뇌부'가 이른바 '최고 존엄'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민족끼리'도 위에서 언급한 정론에서 "우리 혁명의 최고수뇌부는 우리 인민의 생명이며 공화국의 최고 존엄"이라고 밝히고 있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북한이 말하는 '최고존엄'은 최고 지도자, 즉 최고 사령관이며 혁명의 최고 수뇌부로서 현존하는 대상으로 말한다면 북한 김정은 제1비서를 일컫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이 '경애하는 지도자'를 넘어 '위대한 지도자'의 반열에까지 올려놓으려 애쓰는 김정은 제1비서가 현재 북한에서는 '최고 존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러한 '최고존엄'을 <조선일보>를 비롯한 남한의 극보수 언론들이 중상 비방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문제 삼고 있다. 더 나아가 남한 정부가 얼마든지 언론 통제가 가능한데 이러한 것을 방치하는 것은 남한 정부의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한 언론 통제하라는 북한의 요구... 글쎄?

현재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극보수 언론들의 북한 보도 태도를 내심 반기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북한이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른바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보수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 시절에도 그 극보수성을 화려하게 증명했던 언론들이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에 이른바 '흔들기'는 물론 최근 남북 정상 회의록 공개 파문과 NLL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이른바 '부관참시'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극보수주의적 태도를 취해 왔음을 북한은 더 잘 알 것이다.

북한은 바로 이러한 극보수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필자 역시 거의 매일 민족 문제나 국제 관계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지만, 솔직히 최근 발생한 <조선일보>의 이른바 '김정은 제1비서 유아원 방문 관련 보도'는 북한의 강력한 비난 성명을 보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이다.

다시 말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보수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탈북자들로 구성된 기타 언론 매체들은 거의 매일 두서너 건 이상 이러한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검색 엔진에서 '최고 존엄'만 검색해 보아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이 주장하는 이른바 '최고 존엄'의 사진을 우스꽝스럽게 조작하여 버젓이 기사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북한은 언제까지 이러한 <조선일보> 부류의 극보수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상대할 것인가? 여기에는 중대한 함정이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볼 수 있듯이 남북관계가 개선의 길로 들어간다하더라도 이러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보수 언론들이 얼마든지 지금 이상으로 이른바 '최고 존엄' 모독 기사를 기사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또 이를 빌미로 모든 관계 개선을 중단할 것인가?

북한 과민 반응 노리는 극보수 언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극보수 언론들이 바로 이점을 노린다는 점이다. 북한은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난리를 치지만, 북한이 상대하는 것은 남한 전체가 아니라 바로 '극보수 언론'이며 이들은 바로 북한의 이러한 광분하는 반응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은 정녕 모르고 있는 것일까.

북한은 우리가 인정하기 싫더라도 김일성 유일주의에 의한 단일 지도 체제 사상 국가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이른바 자신들의 '최고 존엄'은 목숨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한국은 완전하지는 못하나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이다. 독재의 서슬 퍼런 압제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못하고 아직도 다시 극보수 정권이 등장해 있지만, 얼마든지 이를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나름대로 개선해 가고 있는 국가다.

다시 말해 쉽게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고 존엄'은 아니라는 말이다. 5년간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일 뿐이고 이마저도 부정 선거 시비로 정통성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하야 움직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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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최고존엄(박근혜)을 비방했다고 보도하는 'TV조선' . ⓒ 'TV조선'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공교롭게도 북한이 가장 비난하는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을 '최고존엄'이라고까지 보고 있는 듯하다. 'TV조선'은 지난 2013년 10월 6일 보도에서 "북한도 우리의 '최고 존엄'을 아예 대놓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끝마다 '유신' 딱지를 붙이려고 합니다, 과거를 떠올리게 해 박근혜 대통령을 흔들 심산인 듯한데 북한이 할 소리가 아닙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TV조선'의 보도, 즉 박근혜 대통령을 '최고존엄'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남한 국민들이 몇 퍼센트나 될는지는 북한 당국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즉, 북한은 '최고 존엄'이 피부에 와 닿은 말일지는 모르나 남한 국민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를 들어 이산가족 상봉 문제만 하더라도 엄연히 북한 입장과 남한의 기본적 입장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이를 가장 기초적인 인권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고 있으며 이는 거의 모든 남한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 남한 국민들의 절반에 절반도 동의하고 있지 않은 <조선일보> 부류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아 이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북한, 극보수 언론 보도에 과민 반응 말아야

한국 보수 정권은 항상 북한이 남남 갈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북한은 남남 갈등의 조장은 고사하고, <조선일보> 부류의 극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오히려 극보수 정권에 도움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국의 언론에는 하루에도 서너 건 이상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북한은 이러한 기사 하나하나를 늘 상대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과민 반응을 노리고 주도면밀하게 시기를 맞춰 올라오는 듯한 <조선일보> 부류의 극보수 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극한 감정을 드러내며 일일이 상대할 것인가?

북한은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측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으며 "6·15 합의 때는 남측 언론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며 "당시는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비방 중상을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나마 그 당시 그 정도의 민주주의적 정권이 들어섰으니 남북 간의 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았는가.

북한은 모든 성명과 논평에서 남한의 극보수 언론들은 남북 갈등을 바라고 분열을 추구하며 남북통일에 반하는 자들이라고 논평하고 있다. 그런 북한이 늘 이른바 <조선일보> 부류의 보도 태도에 '맞짱'을 뜬다면, 그 결과가 무엇이 될지를 북한 정책 고위 당국자들이 깊이 있게 고민해 보기를 다시금 권고한다.
#최고존엄 #조선일보 #극보수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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