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저절로 되나? 77가지 공식이 있다

[서평] 삶에 내공을 더해 줄 <어른의 공식>

등록 2014.02.16 14:33수정 2014.02.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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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사꾼이 절에 가서 관음보살상 앞에 무릎을 꿇고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고 빌었다. 막 절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곁에 누군가가 나타나서 관음보살상 앞에 와 절을 했다. 그런 데 그 모습이 불단 위에 있는 관음보살과 매우 비슷했다.

장사꾼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은 저 위에 있는 관음보살하고 어떻게 그렇게 똑같소?"


그가 답했다. "내가 바로 관음이오."

장사꾼은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껄껄 웃었다.

"하하. 당신이 관음이라고? 난 또 여래라도 되는 줄 알았네! 만약 당신이 관음이라면 어째서 자기 자신한테 절을 하는 거요?"

그가 답했다. "세상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으면 모두 나를 찾아온다오. 그럼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오? 나 자신에게 절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소."

그 말을 들은 장사꾼은 자시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깨달음을 얻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쳐들었을 때 곁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른의 공식> 290쪽-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우리들 자신입니다. 배가 고플 때 내 배를 부르게 해 줄 사람도 결국 나 자신이고, 강물에 빠진 나를 구해줄 사람도 결국은 자신입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 인생은 달라집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목이 마를 때도 있고, 입이 심심할 때도 있습니다. 울고 싶을 때도 있고, 마냥 웃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목이 마를 때 필요한 건 한 잔에 물입니다. 심심한 입을 달래 줄 수 있는 건 입맛을 달래 줄 간식입니다. 시린 손을 달래는 데는 주머니난로가 좋고, 한 여름 소나기를 피하기로는 처마 밑이 제격입니다. 그렇습니다. 때와 사안에 따라 필요한 것 또한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눈치 보지 않고 살아 갈 삶에 내공을 더해 줄 <어른의 공식>

 <어른의 공식>┃지은이 장연┃옮긴이 정이립┃펴낸곳 불광출판사┃2014년 2월 14일┃1만 5000원
<어른의 공식>┃지은이 장연┃옮긴이 정이립┃펴낸곳 불광출판사┃2014년 2월 14일┃1만 5000원임윤수
<어른의 공식>(지은이 장연, 옮긴이 정이립,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한 잔의 물 같고, 간식 같고, 주머니 난로 같고, 때로는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 밑 같은 내용들입니다. 마음이 가려운 사람에겐 가려운 마음을 긁어 주는 효자손이 되고,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에겐 땀을 식혀줄 부채질 같은 내용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책의 내용은 옛 선사들께서 남긴 77꼭지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 놓은 선문답입니다. 좌충우돌, 동문서답처럼만 들리던 선문답을 아무런 부담 없이 새길 수 있도록 에세이처럼 정리한 글들입니다. 단순하게 선사들께서 한 이야기만을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서 꼭 챙겨야 할 내용이 뭐라는 걸 다시금 들려주고 있어 선문답에 담긴 뜻을 오롯이 새길 수 있습니다. 

77꼭지 이야기들은 다시 8묶음으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글들은 농담처럼 실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 내용을 새기고 보면 바윗돌 무게만큼이나 진중합니다. 콩트처럼 실실 거리며 읽을 수 있지만 대화 속에 실린 의미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키워드이며 촌철살인의 언중유골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다리가 아플 때 의자를 선택해 앉고, 등이 가려울 때 효자손을 뽑아 쓸 수 있듯이 각자의 삶에서 필요한 대로 쏙쏙 뽑아 읽을 수 있도록 정리 돼있습니다. 참 딱딱 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 놓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됩니다.

마음이 울적한 사람이 읽으면 누군가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듯한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삶에 지쳐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겐 위로가 되고, 앞날이 암울하게만 생각되는 사람에겐 희망의 등불을 <어른의 공식>에서 로 읽을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늙었을 때 양심에 물어 거리낌 없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어떠한 원망도 후회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주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면 분명히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만약 남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면 평생 마음이 불안하고 양심의 질책을 받게 된다. 이렇게 평생을 보내는 것은 벌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은 정성으로 남을 대하고 일을 할 때도 성실하다. 이런 인생은 칭찬받을 만한 인생이다. 그러므로 정정당당하게 살자. 순간의 이익 때문에 평생을 고통 속에서 보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없다면, 남이 뭐라고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른의 공식> 40쪽-

인생이, 살아간다는 게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많이들 어렵다고 합니다. 지쳐있을 수도 있고 좌절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교만하게 살고 있을 수도 있고 비굴하게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희망, 격려이자 지혜입니다.

이런 우리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의 삶, 자기 자신의 길을 떳떳하면서도 당당하게 뚜벅뚜벅 걸어 갈 수 있는 내공을 <어른의 공식>(지은이 장연, 옮긴이 정이립, 펴낸곳 불광출판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어른의 공식>┃지은이 장연┃옮긴이 정이립┃펴낸곳 불광출판사┃2014년 2월 14일┃1만 5000원

어른의 공식 - 눈치 보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내공에 대하여

장옌 지음, 정이립 옮김,
불광출판사, 2014


#어른의 공식 #정이립 #불광출판사 #관음보살상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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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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