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장관, 중국 '위조 확인' 문서도 읽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지난해 국감 때 지적 있었음에도 감찰조차 하지 않아

등록 2014.02.17 14:35수정 2014.02.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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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타는 황교안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 유성호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검찰에서 증거로 제출한 3건의 중국 공문이 위조됐다는 중국 정부의 문서조차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책임한 부실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장관은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번역본 봤나?"라는 서기호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읽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서 의원이 언급한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번역본'이란 중국 정부가 '한국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 등이 위조됐다'라고 '사실조회'한 문서를 가리킨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서에서 '중국의 관련 기관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입증하기 위해 검사측에서 제출한 화룡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조회결과 등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적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14일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고, 이를 계기로 작년부터 제기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황 장관은 사흘이 지나도록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주 논란의 핵심 자료조차 읽지 않고 국회에 출석한 것이다.

서 의원이 "중국 대사관관에서 증거가 위조됐다고 하고, 이 사건이 일파만파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 번역문조차 읽지 않았느냐?"라고 질타하자, 황 장관은 "아직 정식으로 넘어오지 않았다"라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엄중한 간첩조작사건인데 문서를 읽지 안았다면 (문서를) 보지 않으려는 의도 아닌가?"라며 "왜 확인을 안하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황 장관은 "그 문서는 중국 대사관에서 팩스로 법원에 보낸 것이고, 아직 (검찰에) 정식으로 온 것은 아니다"라며 "조만간 (법원에서) 우리에게 통보할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황교안 장관 "국감 지적 이후 감찰 안했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요청받았지만 감찰조차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은 국정원의 무리한 기획과 이에 편승한 검찰의 위법행위가 있었었기 때문에 검찰총장은 감찰이든 조사든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라며 "그 이후 어떤 조치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황 장관은 "검찰에서는 감찰 등을 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1심 판결에서도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나 회유가 없이 자유롭게 진술한 점이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했다"라며 "그런 점에서 강압이나 증거조작에 의해 진술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전제로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감에서 지적된 부분의 점검을 해이한 것에는 책임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며 "어떤 질의라도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라고 질타했다.

전해철 의원도 "검찰이 불신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이다"라며 "해야 할 수사를 하고 공판을 충실하게 유지했다면 이런 일이 안벌어지는데 유우성씨 사건 공소유지 과정에서 증거가 위조됐다는 정황이 나온 것은 검찰이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황교안 #서기호 #전해철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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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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