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졸업의 달' 2월, 수많은 학교들이 졸업식을 한다. 졸업식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식순이 하나 있다. 그것은 국민의례다. 대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으로 진행되는 국민의례. 우리에게 국민의례는 매우 익숙하다. 물론 그만큼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다. 그런데 졸업을 축하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졸업식 자리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 맹세라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국민의례는 졸업식만이 아니라, 학교의 모든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다. 굳이 학교 행사가 아니더라도 지자체나 민간단체의 행사, 심지어 프로스포츠 경기에도 국민의례는 반드시 포함된다.
우리는 국민의례를 언제부터 시작한 것일까? 국민의례의 기원을 찾아보면 '국기배례'라는 말을 발견할 수 있다. 국기배례(國旗拜禮)란 '국기에 대하여 예의를 갖추어 경의의 뜻을 나타내는 일'이라는 의미로, '배례(拜禮)'라는 단어는 종교에서 사용하는 '예배(禮拜)'와 의미가 같다. 즉 국기에 대해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기에 예배를 드린다? 우리는 이러한 국기배례를 국민의례라는 이름으로 해오고 있다.
국기를 모시는 국기배례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조선인들에게 '황국신민정책'의 일환으로 신사참배와 국기배례, 순국선열 묵도를 요구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배례의 방법은 '최경례'로, 일본의 국신에게 90도로 몸을 숙여 절을 하는 형식이었다.
국기배례는 조선의 기독교인들에게도 요구됐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를 우상숭배로 간주하여 거부했으나, 거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옥고를 치르거나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일제 말기로 접어들면서, "국기배례는 그저 '국가의식'일 뿐"이라는 자기합리화와 함께 일본 국기를 향한 국기배례에 동참하는 기독교인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의 '국기배례'가 이름만 바꿔 지금까지 국기배례는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배례의 대상이 일장기에서 태극기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른바 '국기배례 거부사건'이다. 1949년 3월, 학교에서 국기배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43명의 학생들이 퇴학을 당하자, 당시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국기배례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기배례는 "국기배례제도는 유지하되, 국기배례 명칭은 국기 주목으로 변경, '최경례'는 가슴에 손을 얹어 배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국민의례'라는 이름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추가되어 현재까지 행해지고 있다.(출처 : 채기은 <한국교회사>)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국기에 대한 경례' 시 낭독된다. 이 맹세문은 1968년 충남 교육위가 자발적으로 만든 것을 시초로, 1972년 문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전국 학교로 확산됐다. 당시 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 초기 이승만 정권의 핵심 지도이념이라 불리는 '일민주의'와 박정희 정권의 '국민교육헌장'을 만든 안호상 박사였다.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렇게 변하였다.
초기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서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1974년 이후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2007년 이후 :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국기에 대한 맹세문의 내용은 '국가에 대한 충성맹세'나 다름없다. 우리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국민의례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례와 같은 절차를 의무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 자체가 없다.
국민의례 거부하는 사람들에겐 '종북'의 낙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