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대학생의 스마트폰 적응기... "너 참 낯설다"

스마트폰 사용 석 달째... 이런 '애물단지'가 있나!

등록 2014.02.20 11:48수정 2014.02.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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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 최은정


2010년 2월, 대학에 입학하기 전 처음 휴대폰을 구입했다. 고등학교 한 반에서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휴대폰에 있어서는 참 느렸던 게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2G폰의 생산 및 보급이 감소하고 결국은 중지되는 시점이었던 2013년 때까지 나는 2G폰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나의 '슬로(Slow)'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가 2G폰을 고수한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일단, 휴대폰의 모양이다. 그냥 넓적 네모난 스마트폰보다 2G폰은 한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좋다. 전화를 받을 때 내 볼을 감싸는 길쭉한 폴더폰은 내 얼굴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발생시켰다.

휴대폰 요금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내 2G폰 요금은 한 달에 2만3000원 정도. 그에 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친구들은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8~9만 원대의 요금을 내기도 했다. 내 친구들의 스마트폰 활용 정도를 옆에서 지켜봤을 때, 고작 인터넷 검색, 모바일채팅, 사진 예쁘게 찍기 등을 위해 요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휴대폰은 다른 어떤 전자제품보다 신제품의 신선함이 금방 사라진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휴대폰의 가격은 떨어지고, 다른 좋은 기계가 나오는 게 현실이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언젠가는 2G 폴더폰이 더욱 유행할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으며, 그 유행의 선두주자가 되고픈 마음도 한몫 했었다.

"요즘 2G폰 쓰는 애한테는 신년 문자도 안 한다 카든데"

"야, 니 아직까지 2G폰 쓰나? 안 불편하나?"
"뭐 불편하노. 전화 되고 문자 되고."
"요즘 세상에 누가 전화랑 문자만 할라고 휴대폰 사는데. 학교 총학생회 카톡 방에서 학교 소식 제일 먼저 들을 수 있으니까 일일이 학교 홈페이지 안 들어가도 되제, 스케줄 관리 앱 하나로 해야 할 일 안 까먹고 할 수 있제,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다이어트 앱 깔아서 내 하루 식사량 칼로리 계산이며 하루 동안 소모한 칼로리 양도 바로 바로 기록할 수 있다 아이가. 니도 스마트폰으로 바꿔라. 요즘 2G폰 쓰는 애한테는 신년 문자도 안 한다 카든데."
"그렇긴 하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친구들은 이런 내 모습이 '구닥다리' 같다고 했다. 스마트폰은 전화로의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케줄, 관심거리, 추억, 심지어 좋아하는 앨범을 스스로 제작하여 저장할 수도 있는 '스마트'한 기계라며, 나에게 어서 휴대폰을 바꾸기를 독촉했다.

휴대폰이나 카드 사용 청구서를 간단한 앱 하나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며,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과 운동 스케줄을 앱이 짜주기도 한단다. 한국 문학 도서를 그때그때 다운받아 읽을 수도 있고, 요즘처럼 무서운 세상에 가족 위치 추적기 앱은 그야말로 안전지킴이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나 뭐라나. 정말 스마트폰 기능이 그렇게나 많을까? 편리할까? 재미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12월, 드디어 스마트폰을 구매하였다.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24시간? 난 2시간이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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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써온 2G폰 가장 오른쪽 휴대폰이 내가 최근까지 사용한 휴대폰. 왼쪽의 것들은 부모님께서 쓰신 2G폰 ⓒ 최은정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2G폰의 알람이라면 휴대폰 폴더를 열지 않고도 기계 옆 버튼만으로 끌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네모난 액정에서 퍼져 나오는 강렬한 빛을 두 눈으로 흡수하며 힘들게 꺼야 한다. 아침부터 눈살이 찌푸려진다. 기왕 휴대폰을 보고 있는 김에 인터넷에 접속해 기사를 읽는다. 하지만 주로 읽는 것은 연예 등 가십 기사.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종이 신문을 읽지 않게 됐고, 그 결과 요즘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이슈에는 문외한이 되었다.

학교 가는 버스 안, 주로 창밖을 보거나 버스에서 들리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인다. 가끔씩 어제 공부했던 것들을 다시 살펴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네모난 액정 속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큼 답답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해서 책을 편다. 토익 LC 부분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MP3 듣기 파일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 토익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도서관 내 자리에서도 영어 듣기가 가능하다.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휴대폰 검색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 맛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구나! 그러나 이것도 잠깐. 공부 때문에 켠 스마트폰이 어느새 나의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쓸데없이 학교 앞 맛집은 왜 검색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한심하다 느끼면 스마트폰을 아예 꺼둔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스마트폰에 손을 댈 일은 거의 없다. 단순히 시계 기능만 할 뿐, 어떠한 스마트한 정보도 주지 않고 내일 제시간에 알람을 울릴 준비만 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내가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그렇다고 그 2시간동안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고 있느냐? 아니다. 기본적인 전화와 문자 연락을 제외하고는, 뭐가 재미있을까 뒤적뒤적 검색해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수많은 스마트폰의 기능들은 다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광고 속에서 떠들어대던 필기 인식 기능, 노터치 인식 기능, 그 외에 잡다한 기능들을 실생활에서 사용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필요없는 기능들만 잔뜩... 스마트폰, 내게는 '애물단지'

스마트한 스케줄 관리? 나는 그냥 수첩에 손글씨로 하나하나 메모하는 것이 더 편하다. 다이어트 앱으로 스마트한 몸매 관리? 먹고 싶은 거 적당히 먹고 매일 하던 요가나 한 시간씩 꼬박꼬박 하면 된다. 따끈따끈한 학생회 소식? 친구들은 내가 묻지 않아도 수많은 소식들을 금세 내게 전해준다. 친구들이 그렇게 자랑하고, 추천하던 '스마트'폰은 온데간데없다. 내 손에 있는 것은 단지 휴대전화의 기능만 하는 스마트'폰'일 뿐. 정말 애물단지다.

이런 내 모습이 특이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휴대폰은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그러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겠다. 한낱 기계에 불과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굳이 다 써먹겠다고 나의 시간과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최은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슬로어답터 #스마트폰 #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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