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 왜 꼬인 모양인 줄 아세요?

30년 손반죽 고집,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달인 꽈배기집

등록 2014.02.21 16:09수정 2014.02.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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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구촌에 사는 기인, 장인 등 별별 사람들이 나오는 SBS TV 강호동의 <스타킹쇼>에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꽈배기 달인이 나와 흥미롭게 방송을 보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영천시장의 달인은 다른 방송 프로그램들에도 출연한 유명인이었다). 손으로 빚은 꽈배기 만드는 방송을 보고 나니, 흰 설탕가루가 뿌려진 쫀득쫀득한 꽈배기가 떠올라 도저히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수도권 전철 3호선 독립문역 앞 영천시장 초입에 달인의 꽈배기 가게가 있다.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꽈배기 작업대에서 달인은 열심히 반죽을 한 후 꽈배기를 빚는다. 달인의 부인은 옆에서 꽈배기를 튀기는데 둘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유명한 맛집 가게들처럼 택배나 배달 주문을 받지 않아 그런지 평일인데도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조그맣게 떼어낸 반죽들이 공중에서 한번 휙 돌자 순식간에 꽈배기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공중으로 올라갔던 밀가루 반죽은 회전해 바닥에 떨어지면서 잘 꼬인 꽈배기 모양이 된다. 모든 꽈배기들이 같은 크기로 정확히 일곱 가닥으로 먹음직스럽게 꼬인다.

그 신기한 손놀림에 꽈배기를 사러 왔던 손님들이 줄을 서서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다. 이렇게 꼬불꼬불 꽈배기 모양은, 꽈배기를 부풀어 오르게 하는 역학을 한단다. 식감을 좋게 하고 맛의 변질을 막는 등 시각적이면서 과학적 이유가 있다니 재미있다.

a  줄을 서서 꽈배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달인부부의 솜씨를 구경하고 있다.

줄을 서서 꽈배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달인부부의 솜씨를 구경하고 있다. ⓒ 김종성


a  정확히 일곱 가닥으로 먹음직스럽게 꼬이며 완성되는 달인 꽈배기.

정확히 일곱 가닥으로 먹음직스럽게 꼬이며 완성되는 달인 꽈배기. ⓒ 김종성


포기할 수 없는 손반죽

서대문구 유일의 전통시장 영천시장을 더욱 유명하게 해준 대표 맛집 '달인 꽈배기'. 30년 경력의 달인이 이렇게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은 손반죽이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 요즘은 손칼국수 반죽도 기계로 하는 시대인데, 손으로 반죽하고 손기술로 모양을 빚어 만들어 내니, 손님이 줄을 잇는 게 당연하구나 싶다.


힘드실 텐데 기계로 반죽을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자 기계로 반죽을 하면 질감이 뻣뻣해서 이 맛이 안 난다고 한다. 안 그래도 예전에 기계를 사와서 기계 반죽으로 만들어 보았단다. 그런데 기계로 만든 꽈배기는 손반죽한 것과 맛이 너무 차이가 났다고.

하루 20kg가 넘는 밀가루 4~5포대를 반죽해야 하니 체력도 좋아야 한다. 또다른 맛의 비결은 바로 기름이다. 꽈배기는 기름에 튀겨 맛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기름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맛도 중요하지만, '4개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그렇다고 꽈배기의 크기가 작아진 것도 아니다. 예전 그대로 큼지막하니 먹음직스럽다. 밀가루, 설탕, 기름 값 등 재료 원가는 매년 오르고 있는데, 달인 부부의 넉넉한 인심이 엿보인다.

a  손반죽, 좋은 기름, 넉넉한 인심이 달인 꽈배기의 성공 비결이다.

손반죽, 좋은 기름, 넉넉한 인심이 달인 꽈배기의 성공 비결이다. ⓒ 김종성


a  갓 나온 뜨끈뜨끈한 꽈배기들이 설탕을 버무리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갓 나온 뜨끈뜨끈한 꽈배기들이 설탕을 버무리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 김종성


"지금은 4개 1000원이지만 한때는 12개까지 팔았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꽈배기가 서민음식이잖아요. 천 원 한 장 들고 와서 푸짐하게 가져가는 모습 보면 저도 좋고 소비자들도 얼마나 좋아요."

꽈배기가 대표 메뉴지만 찹쌀도너츠와 팥도너츠도 별미다. 찹쌀도너츠는 무려 6개 1000원, 팥도너츠는 2개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해 종류별로 푸짐하게 사가도 부담이 없다.

노릇노릇하게 튀겨 방금 나온 따뜻한 꽈배기를 설탕에 팍팍 묻혀 먹는 맛이란. 상상에 맡기겠다. 꽈배기 맛의 신세계라고 보면 된다. 인근 소방서, 병원, 은행 직원들이 예약 주문 후 찾아 와서 박스로 사갈 만하다. 설탕의 단맛이 너무 달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포장해간 꽈배기가 식어도 느끼한 맛이 덜 드는 것도 달인의 또 다른 특별한 비결 때문이라고.

세상의 모든 달인들이 그렇듯, 부지런한 달인 꽈배기 아저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7시면 어김없이 가게에 나와서 반죽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 4시 반 정도면 문을 닫는다. 반죽이 일찍 떨어지면 그 전에 닫기도 하니, 늦은 오후에 갈 땐 미리 전화 연락을 해보고 가는 게 좋다.
덧붙이는 글 ㅇ 위치 ; 수도권 전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와 도보 5분 영천시장 입구
#달인 꽈배기 #영천시장 #독립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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