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대학교 필자의 연구실 책을 시골집으로 옮기는데, 책이 한 트럭이다.
이상옥
영화 <은교>를 보면서 주인공 이적요 시인의 서재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나도 이적요의 서재 같은 것을 소유하고 그곳에서 글을 쓰는 낭만에 젖어보고 싶었던 게다.
고성 시골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나는 창고를 허름하게 하나 지었다. 잡다한 것들을 보관해 두기 위해서다. 그런데 막상 책을 옮기려고 하다 보니 둘 장소가 마땅찮았다. 잡지 등을 다 버려도 전공서적, 시집, 소설집, 기타 교양서적들이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창고를 서고로 활용하기로 했다.
대학의 연구실보다 조금 작을 것 같은 창고에 내 책을 다 옮겼다. 그러고 보니, 제법 서재 같다. 내가 꿈꾸던 이적요 서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 만족이다.
시골집 창고를 서고로 활용하다그동안 방치해두다시피 했던 나무난로를 서고 안에 설치하고 보니,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창고 용도로 만든 서고이다 보니, 작은 공기창 하나만 있고 나머지는 사면이 시멘트벽이다. 밤에 불을 켜고 그곳에서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다. 바깥에 불빛도 새어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