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암탉>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2010년 12월 11일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진주노동자문화센터 새노리에서 열린 <그 여자들의 수다파티> 공연 모습.
진주같이
왜 하필 이름이 '암탉'인가? 그렇다. 지금 당신의 입술 끝에서 맴도는 그 속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에서 온 것이 바로 이 모임의 이름이다. 처음엔 이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고 한다. 별 의미도 없고 어감도 너무 세고, 어디 가서 '암탉'이라고 소개하기도 부끄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고정화되어 있는 의식을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이 이름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알을 낳지 않는가?
암탉, 둥지를 나오다
바로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열이 그것이었다. 2000년 창당으로 진보의 실현에 대한 부푼 꿈을 꾸게 했던 민주노동당이 비록 가치는 진보적이었을지 모르나, 비민주적 당운영과 리더십의 결여로 결국 당의 분열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런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에 '조직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 '당에 대한 공부를 더 해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오니 결국 탈당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탈당 후의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아, 당을 버렸다는 비난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고,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조직이 없어지니 한동안 모임 자체를 진행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주부모임에서 여성주의를 공부하는 모임으로 전환하면서 모임을 다시 정비하게 되었다고 하니, 암탉의 지난한 시간들이 충분히 상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총회 자료에서 '암탉'의 성격을 정의한 것을 보면 "진보적인 가치를 공부하고, 다른 조직과 연계하여 세상과 소통하며, 생활 정치를 실현하는 여성소모임"이라고 되어 있다.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월 2주와 4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모여 '여성주의'에 대한 공부를 해 왔으며, 지역의 가장 큰 문제였던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촛불문화제에도 참석하여 지속적으로 의료공공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
정치라고 하는 것이 꼭 거창한 거대 담론만이 아닌 생활 속, 즉 우리의 가정에서도 시작됨을 인식하고 모임을 지속해 오다보니 이제는 젖먹이 아기였던 아이들이 훌쩍 자라 서로 논리적으로 뭔가를 논의하는 것을 보고 '암탉'의 가치를 내면화한 것 같기도 하다고 한다. '암탉'이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