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보리'의 모험, 어떻게 베를린을 사로잡았나

[인터뷰] 베를린영화제 최고 단편영화상 수상 <콩나물> 윤가은 감독

등록 2014.03.03 19:17수정 2014.03.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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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 단편영화 <콩나물> 스틸컷 ⓒ 윤가은


"영화 속에 그 아이는 정말로 술을 마셨어요?"
"그 아이는 정말로 싸웠어요?"

지난달 15일 오전 독일 베를린의 Cinemaxx 극장, 푸른 눈을 한 조막만한 아이들이 한국에서 온 영화 감독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줄을 늘어섰다. 영화의 주인공 '보리'에 대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제64회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분 최고 단편영화상을 받은 윤가은 감독의 <콩나물> 상영 직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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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콩나물> 상영을 마친 뒤 독일인 어린이가 윤가은 감독에게 질문하고 있다. ⓒ 이유진


할아버지의 기일, 제사상에 올릴 콩나물을 사러 나간 꼬마 '보리'의 모험을 담은 <콩나물>은 한국 고유의 배경과 보편적인 감성을 아우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베를린영화제 측은 "아이는 길거리에서 익숙한 것과 낯선 것들을 마주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다. 그 이야기와 이야기가 전해지는 방식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했었는데, 처음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혼자 TV에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많은 위안과 위로가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같은 날 베를린에서 만난 윤 감독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시선은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보리가 골목 구석구석을 헤매며 맞닥뜨리는 위험과 이를 이겨내는 모습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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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베를린영화제 사무국에서 인터뷰 중인 윤가은 감독 ⓒ 이유진


<콩나물>은 윤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가 제게 심부름을 시키고는 불안해서 뒤쫓아 온 적이 있다고 해요. 이상한 길로 들어서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잘 사서 오더라고 하더라고요."


그의 이런 경험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영화에 녹아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아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사실 아이를 관객으로 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윤 감독은 "영화에 영어 자막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독일어 더빙까지 더해져 영화의 디테일한 주변 소리 등이 묻히고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중에서도 매우 특화된 섹션인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된 것이 의미가 있다"며 "아이가 나오는 영화인데 아이가 못 보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여 분의 짧은 영화인 <콩나물>은 동네 골목길, 제사 등 한국 고유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전 세계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지니고 있다. 이 영화가 베를린을 사로잡은 이유다. 

"아이의 용기, 아이 나름의 재치로 장애를 넘는 것들,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이런 것들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요."
#베를린 영화제 #윤가은 #콩나물 #베를리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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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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