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대신 노래 선택한 두 촌놈, 공연도 합니다

대안학교 출신 싱어송라이터 여유와 인효 그리고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등록 2014.03.06 18:49수정 2014.03.0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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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9일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첫 번째 정기연주회에서 노래를 하는 여유, 황동규와 송인효.
지난해 12월 29일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첫 번째 정기연주회에서 노래를 하는 여유, 황동규와 송인효. 송성영

음악이 하고 싶은 두 청년, 협동조합서 앨범까지 내다

이들은 남들 다 간다는 대학을 가지 않았다. 공부를 지지리 못해서? 중학교 때까지는 나름 상위권을 달렸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 여겨지는 일반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일찌감치 제 길을 찾아가기 위해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한마디로 친구들끼리 박 터지 게 경쟁하기를 원치 않았다. 경쟁을 위한 공부 대신 노래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현실을 회피하거나 폼나는 가수, 연예인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경쟁을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그런 부조리한 세상을 노래하고 싶었다.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주변 사람들까지 즐겁게 할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한 것이다. 부모들 또한 이들 자신이 걷고 싶은 길, 최선을 다 할수 있는 길을 선택하길 바랐다.

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살, 인효(송인효)와 한 해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물 한 살 여유(황동규). 그렇게 두 명의 새파란 청년이 노래를 통해 제 갈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작곡 작사한 노래를 부른다. 3월 8일 앨범 발표와 함께 '스무살 즈음에'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전에서 공연도 한다.

이들 양쪽 집안 다 앨범 제작을 뒷받침 할 만큼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다. 일찌감치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산골로 귀농하여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여유의 아버지는 양계장을 하고 인효 아버지는 농사를 지어 왔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돈깨나 들이밀어야 한다는 앨범을 낼 수 있을까?

앨범이 나올 수 있기 까지 두 청년 뒤에는 조력자가 있었다. 이들의 조력자는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음악에 협동조합이라니? 낯설기만 한 조합의 보금자리는 대전시 서구 관저동 지하에 위치한 '나무 스튜디오'다.

조합원들의 음악 작업실, '나무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사람의 음악'이라는 큼직한 붓글씨가 걸려 있다. 자본에 휘둘리는 음악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이사장 문태현씨가 운영하는 이 스튜디오에는 인효와 여유같은 젊은 싱어송 라이터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온갖 기자재와 녹음실을 갖춰 놓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 음악가들의 산실,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이 가수들을 양성해 내는 일반 엔터테인먼트 하고 다른 점은 무엇일까?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까지, 민예총 등을 통해 대전에서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해온 블루스 작곡가 김유신(49)씨가 있었다. 그는 경제적인 이득이 엔터네인먼트의 대표나 유명가수,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 '분배의 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나무 스튜디오'에서 밴드 연습을 하는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의 조합원들. 인효와 여유를 포함한 9명의 조합원들 대부분이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다.
'나무 스튜디오'에서 밴드 연습을 하는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의 조합원들. 인효와 여유를 포함한 9명의 조합원들 대부분이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송성영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을 만든 블루스 작곡가 김유신씨. 여유와 인효의 음악 사부이기도 하다.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을 만든 블루스 작곡가 김유신씨. 여유와 인효의 음악 사부이기도 하다. 송성영

"일반 엔터테인먼트와 차이? 분배의 정의에 있어요"


"일반 엔터테인먼트와 경제적인 활동은 큰 차이가 없지만 분배가 다릅니다. 일반 엔터네인먼트는 공연을 통해 돈이 들어오면 많은 몫을 대표들이 독차지하는데 룰루랄라 조합에서는 그 경제적 이익금이 가수나 연주자, 조합원들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합니다.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룰루랄라 조합원들은 모두 9명. 이들 중에 드러머와 엔지니어를 제외한 7명은 기타 등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 룰루랄라 조합에 가입하려면 먼저 6개월 이상 기존의 조합원들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게 된다. 4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는 이들을 지켜보고 조합원으로 받아 드릴 것인가를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조합원이 되려면 먼저 창작을 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노래 스타일이나 색깔과는 상관없이 선정한다. 중요한 것은 조합에서 내세우는 분배의 정의를 지켜가며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마음가짐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공감하고 그걸 받아드릴 수 있으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제가 뼈저리게 경험을 했지만 지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먹고 살기도 빠듯해 결혼을 하게 되면 음악을 그만두기 일쑨데, 그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음악협동조합을 만든 거죠."

혼자서 앨범을 만들려 하면 악기를 갖춘 밴드가 필요하고 녹음실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그 부담스러운 일을 조합에서 해결해 준다. 다만 아직 조합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시디를 찍어내는 일은 개인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들이 공연을 통해 벌어들이는 얼마간의 수익금은 분배를 한다. 조합 운영비로 3할이 돌아가고 나머지 7할은 가수와 밴드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조합이나 가수 한 사람이 독식하는 게 아니다. 김유신씨가 말하는 분배의 정의, 함께 나누는 시스템인 것이다.

"노래를 통해, 그것도 지역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조합에서 가수들이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다만 창작물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공연할 수 있는 자리를 깔아 주는 것이지요. 노래하는 친구들은 그런 공간을 이용해 스스로 힘을 키워나가면서 서로 돕는 것이고요."

지역에서 노래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경제적인 충족조차 바라기 힘든 일. 그 힘든 현실을 버텨나가야 하는 노래작업이기에 기쁘게 헤쳐나가자는 의미에서 협동조합 이름도 '룰루랄라'로 정했다는 김유신씨.

"서른 다섯 전까지 음악을 해서 돈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제가 음악을 가르쳤던 제자들이나 후배들과 그나마 콩 한쪽이라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계속해서 콩한쪽만 가지고 나누다보면 조합이 깨지겠지요(웃음). 좀더 경제적인 여건을 마련해 나가면서 콩 한쪽이 아닌 빵으로 배불려 나가야겠죠."

 지난해 12월 29일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첫 번째 정기 연주회
지난해 12월 29일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첫 번째 정기 연주회 송성영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은 지난해 10월 협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복지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착한CD, 착한어린이은행'라는 프로젝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의 창작을 통해 사회복지에 참여 하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 그 대상은 대전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동구 판암동에 자리한 생명종합복지관과 정림복지관. 이 두 곳의 복지관과 협업해 음악가들이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착한CD, 착한어린이은행' 프로젝트는 복지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음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음반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착한 어린이 은행'을 만들어 착한 행동을 한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것.

'착한CD, 착한어린이은행' 프로젝트와 함께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에서 기획하고 있는 첫 번째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의 주인공인 여유와 인효는 둘 다 산골에서 자란 '촌놈' 출신이다. 여유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산골에서 자랐고 인효는 세 살 무렵부터 산골에서 자라 지금은 바닷가로 이사를 했다. 이들의 노래에는 귀한 '촌놈'들의 정서가 배어 있다.

이번 공연에는 중학교 때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작곡 작사한 노래를 부른다. 그 나이 또래들이 선호하는 '아이돌' 노래와는 다른 색깔이다. 이들의 노래에는 부조리한 세상을 등지지 않고 자연을 닮고자 하는 심성, 청소년기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나름 깊은 성찰이 들어 있다.

여유는 <걱정하지 마>라는 타이틀로 '이데아' '꿈나라' '시간만 흐르네' '그대를 위한 건배' '이해' '낮보다 밝은 밤' 등의 여섯 곡을 담아낸다.

 아픈 세상에 위로가 되는 노래를 하겠다는 송인효.
아픈 세상에 위로가 되는 노래를 하겠다는 송인효.송성영

"본질을 찾아가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인효는 <사랑니>라는 타이틀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래, '부침개', '밤길' '달빛' '나의 바다' '아궁이' 등의 다섯 곡을 담아낸다. 3월 6일 나오는 이들의 앨범은 전국으로 유통되는 인디음악 사이트, 미러볼 뮤직(Mirrorball Music)과 계약해 판매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가내수공업 음악'이라는 고등학교 졸업 논문을 발표(풀무고등학교에서는 졸업을 창업이라 하는데 장래 계획이 담긴 논문을 발표한다.)하기도 했던 인효는 자본에 휘둘리는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갈망하고 있다.

"삼척과 영덕 등 핵발전소 건설 계획 현장과  밀양송전탑과 제주 강정마을 등을 여행하면서 아픈 세상을 접했어요. 그런 현장에서 힘들게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만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노래 '아궁이', '나의 바다'처럼 본질을 찾아가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여유, 황동규.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여유, 황동규.송성영

공연을 마치고 3월 18일 곧바로 군 입대를 하게되는 여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하는 일이 곧 계획이라는 그는 그동안 앨범 작업 때문에 '여유' 없이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음악 한답시고 남들 다 가는 서울은 안 가고 대전에 자리를 잡은 제가 복 많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환경, 룰루랄라음악협동조합에서 노래를 만들고,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고, 이제 앨범까지 만들었어요. 의미 있게 스무 살을 보낸 것 같아 기뻐요.

앨범을 녹음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저의 역량이었어요. 메트로놈 칼박자에 맞춰 악기를 녹음하는 것도, 잘 되지도 않는 노래를 해보려고 악을 쓰는 것도, 녹음된 제 음악을 들으며 기술적인 측면의 부족함에서 나오는 좌절감을 느끼는 것도.

제 음악이 한참 부족하죠.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음악, 예술이라는 게 본래 완벽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저는 어리니까, 아직 어리다는 것을 핑계로 패기 넘치게 당당하게 제 음악을 세상에 내놓으려 해요."

두 사람의 공연은 여러 의미가 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제 길을 당당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다. 또한 그 이름도 낯선 '음악협동조합 룰루랄라'가 꿈꾸고 있는 음악계의 신선한 바람, '분배의 정의'를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콩 한쪽이 아닌 빵을 나눠 먹기에는 아직 너머야 할 산들이 많다.
덧붙이는 글 여유와 인효의 3월 8(토요일) 공연은 5시 30분 부터 <아이쿱 대전생협> 3층에 자리한 'Feel 통' 소극장에서 있습니다.
#여유 황동규와 송인효 #가고 싶은 길 #룰루랄라 음악협동조합 #촌놈들의 노래 #대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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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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