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호에서 바라본 나포면. 십자들녁과 망해산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종안
나포면은 조선말까지 임피군 '하북면'에 속하는 작은 포구(나리포)였다. 그러다가 일제에 의해 지방 행정개편이 이루어진 1914년 3월 1일 상북면 일부를 합해 '나포면'이라 하였다. 해방 후에는 주민들이 8월 15일을 '면민의 날'로 정하고 행사를 치러오다 2010년 3월 1일 '면민의 날' 선포식을 가졌다. 이렇듯 통곡과 환희의 역사가 겹친 날이어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지금도 반딧불이가 발견되는 나포면은 '군산의 허파'로 불린다. 공기가 그만큼 맑고 청정지역이라는 얘기다. 유적도 많고, 역사도 유구하다. 고조선 마지막 임금 준왕이 다녀갔다는 설과 백제 도읍지 공주에서 떠내려 왔다는 설 등이 담긴 공주산(65m)과 백제 침류왕 원년(384) 인도 출신 고승 '마라난타'가 창건했다는 불주사(불지사)가 대표적이다.
군산의 식량 창고인 십자들녘을 산모가 아기 품듯 품고 있으며, 시내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상당수 거주하는 나포면은 도시형 농촌으로 각종 철새들이 4계절 내내 목격된다. 안타까운 것은 개체 수가 예년에 비해 줄었다는 것. 그럼에도 철새가 무리를 지어 논에서 먹이를 찾고, 공중을 비행하는 모습은 마음에 평화를 안겨준다.
갈비탕 500인분, 15분 만에 바닥나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대문을 나섰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심술 고약한 놀부 얼굴을 연상시킨다. 그래도 논둑과 길가에 파릇파릇 돋아나 봄을 손짓하는 새싹들이 기분을 전환시켜준다. 점심을 맛있게 먹으려고 아침을 걸러서 그런지 허기가 느껴진다. 엊그제 시장에서 봤던 싱싱한 봄나물과 구수한 된장국 생각이 간절해지면서 입맛이 다셔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