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최 '정보통신올림픽', 홈 어드밴티지 있나

7개월 앞둔 부산 ITU 전권회의... ICT 외교 강화 기대 속 일회성 이벤트 우려도

등록 2014.03.05 14:12수정 2014.03.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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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 참여 국가 맞추기 이벤트. ⓒ ITU전권회의준비기획단


"193개국 정부 대표단 3천여 명 등 전 세계 30만 명 참가, 경제적 파급 효과 7118억 원"

오는 10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다.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린다고 해 이른바 'ICT(정보방송통신) 올림픽'이라 부르지만 일반인에겐 생소한 행사다. 정부에서는 APEC정상회의, G20에 이은 글로벌 행사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정작 올해 정부 예산을 294억 원에서 158억 원으로 '반토막'내며 스스로 기대를 져버린 상태다.

늘 부풀려지기 마련인 경제적 효과는 둘째 치고, 이번 행사는 한국과 국제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올림픽 개최국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홈 어드밴티지'라도 있는 걸까?

'ICT 외교' 위상 강화 기대... 차기 사무총장은 '희망사항' 

일단 ITU 전권회의는 말 그대로 각국 ICT 분야 장관급이 참석하는 국제회의일 뿐, 올림픽처럼 금메달을 다투는 국가별 대항 경기가 아니다. 따라서 개최국의 어드밴티지도 제한적이다. 다만 국제 ICT 외교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한국으로선 ITU 고위 선출직 임원을 배출할 절호의 기회다.

일단 전권회의 개최국은 자동으로 의장국 지위를 얻는다. 미래창조과학부 대변인 출신인 민원기 의장 예정자는 올해 전권회의 의장에 이어 내년 ITU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앞으로 3년간 의장단으로 주요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한다. 또 ICT 분야 글로벌 표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지닌 ITU 표준화 총국장에도 이재섭 KAIST 교수가 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한국은 1952년 ITU 가입 이래 아직까지 고위 선출직에 진출한 적이 없다. 이재섭 교수가 이번 전권회의에서 당선하면, 민원기 의장과 더불어 앞으로 ITU 사무총장 진출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실제 요시오 우쯔미 전 ITU 사무총장은 1994년 일본 교토 전권회의 의장을 맡았었고, 하마둔 뚜레 현 사무총장은 ITU 정보통신개발 총국장을 8년간 역임했다. 


물론 앞으로 이들이 ITU에서 보여줄 리더십에 달린 문제지만, 개최국 이점도 없는 이후 전권회의에서 대륙별, 국가별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뚫고 사무총장이 된다는 건 아직까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MWC 등 글로벌 ICT 전시회 유치 관심... 떡보다 떡고물?

오히려 부대 행사란 '떡고물'이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3주에 걸친 전권회의 기간에는 국내외 기업들의 ICT 기술을 홍보하는 'ICT 엑스포', 전세계 석학과 ICT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장관급 포럼, 그로벌 ICT 컨퍼런스, 학술대회 등 다양한 특별행사도 함께 열린다.

지금까지 '동네잔치'였던 '월드IT쇼' 등 국내 ICT 행사도 부산에서 한꺼번에 열릴 예정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지난 2012년 12월 약 30만 명의 참가자와 71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상한 것도 이런 부대 행사에 참석하는 관광객들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글로벌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모바일 월드 콩그래스) 한국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MWC는 지난해 202개국에서 1700여개 업체가 참가했고 관람객도 7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행사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지난 2006년부터 MWC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고 있는데 오는 2018년 유치권이 만료돼 다음 개최지를 찾고 있다.

이상학 ITU전권회의 준비기획단 부단장은 "GSMA는 다음 개최지로 ICT 중심으로 중심으로 급부상한 아시아지역을 눈여겨보고 있어 한국이 전권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 '그들만의 잔치' 될라

지난 2010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 회의 장면 ⓒ ITU전권회의준비기획단


비공개로 진행되는 전권회의는 글로벌 ICT 분야 주요 현안과 미래 정책 방향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한국에서 제안한 의제가 채택되거나 유리한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현재 ▲ ICT와 타 산업간 융합 ▲ 사물 인터넷 ▲ 주요 정보기반시설 보호 국제공조 등 '주도 의제' 3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권회의에선 국제정보통신규칙(ITR) 개정안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ITU는 지난 2012년 세계정보통신회의에선 중국 개발도상국이 나서 기존 전기통신뿐 아니라 인터넷 문제에도 정부가 관여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시도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지금까지 비영리 민간 법인인 ICANN(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이 인터넷 주소 관리부터 보안, 저작권, 표현의 자유 등 '인터넷 거버넌스'를 좌우해왔지만 미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입김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중국, 브라질 등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개도국들이 '인터넷 거버넌스' 주도권을 ITU로 가져오려고 반기를 들었고 한국도 여기에 가세했다. 하지만 ITU 자체가 민간 참여를 배제해 폐쇄적인 데다 찬성 국가에는 인터넷 검열과 통제를 바라는 독재 국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 글로벌 감청 사건으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ICANN 체제도 나름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4월 23일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정부와 민간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인터넷 거버넌스의 미래에 관한 세계 멀티스테이크홀더(다수당사자) 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ITU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오병일 진보넷 활동가는 "ICANN은 미국 감독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국제기구로 거듭나야 한다"면서도 "미국, 유럽 등 제1세계 중심의 인터넷 거버넌스에 맞서 제3세계 국가들이 ITU를 통해 정부 중심으로 가져오려고 하지만 민간 참여를 배제해 시민단체에선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 활동가는 "정부는 ITU 전권회의로 국가 위상 올릴 것만 생각하는데 (올림픽처럼) 한 번 하고 마는 이벤트가 아니라 인터넷 거버넌스부터 글로벌 로밍에 따른 요금 정산 방식까지 중요한 정책과 규칙을 결정하는 자리"라면서 "ITU 논의를 주최국에 유리하게 조정하려면 한국 정부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가 중요한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에 서겠다는 것 말고는 아직 구체적인 게 없다"고 지적했다.  
#ITU #ITU 전권회의 #미래부 #인터넷 거버넌스 #IC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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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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