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리'와 '새정치' 바꾼 신당 창당

[주장] 김한길-안철수 합당은 '나쁜 합당'이다

등록 2014.03.05 11:09수정 2014.03.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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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 수없이 많은 합당이 있었다. 한국 정치의 룰인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제가 합당의 압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집권을 위해 뭉쳤다가도 얼마가지 않아 서로의 차이를 느끼고 분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정치적 이합집산은 한국정치의 뿌리 깊은 문제점이다.

그렇다면 합당은 항상 나쁜 것인가? 정당 간의 정책적 차이 유무가 '좋은 합당'과 '나쁜 합당'을 구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즉, 서로 이념이 다른데도 오직 집권을 위해 통합한다면, 머지않아 분열될 소지가 있는 나쁜 합당이다. 반면 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아 충분히 국정운영을 함께 할 수 있는 두 당이 합친다면 선거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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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 ⓒ greece.greekreporter.com


좋은 합당의 예로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약칭 시리자)을 들 수 있다.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시리자는 합당을 통해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40세의 젊은 당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 '좌파생태연합'을 중심으로 한 생태주의자들, 트로츠키주의, 마오주의 정파들이 연합을 하였다. 대표적인 좌파정당인 '그리스 공산당'이 유로존 탈퇴를 외치며 어떠한 정파와도 연합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EU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들을 통합한 시리자는 2012년 총선에서 제2당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고립을 택한 그리스 공산당은 제7당에 머물렀다. 급진좌파 정당인 시리자의 정책이 옳고 그름을 떠나 합당을 통해 성공적으로 선거 승리를 이끌어 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2014년 현재에도 시리자는 분열하지 않고,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그리스 정치를 이끌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사례는 대표적인 나쁜 합당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이 총선을 위해 연합하여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념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소위 자주파(NL)로 불리는 민주노동당 일부 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민주적 가치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국민참여당은 한미FTA를 찬성하는 등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졌다. 진보신당 탈당파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렇게 다른 성향을 가진 3당의 합당은 필연적으로 분란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얼마가지 않아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로 통합진보당이 분열되고 정의당이 만들어졌다. 섣부른 합당이 진보정치 20년의 성과를 망가뜨린 것이다.

지난 2일 이루어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은 어떠할까. 일단 새정치연합은 명확한 정책과 이념이 없었다. 새정치연합에 유일한 이념이 있다면 '새정치'였다. 기존의 정치권과 스스로를 분리하여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이번 합당은 새정치연합이 지켜야할 가치인 '새정치'를 사라지게 했다. 따라서 선거 승리에 당의 이념을 팔아먹은 이번 합당은 나쁜 합당이라 할 수 있겠다. 
#신당 합당 #안철수 #김한길 #민주당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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