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할머니 구박 좀 어지간히 하세요!"라고 참견할 뻔 했다는...
임현철
할머니 : "(기세당당하게) 어디 갔다 이제 와."할아버지 : "(완전 미안한 투로) 저~~~기…."할머니 : "(화난 투로) 나 옆에 붙어 있어라 했는디, 혼자 싸돌아 댕겨."할아버지 : "(말 돌리며) 조개 많이 캤는가?"할머니 : "(힐난조로) 눈으로 보믄 몰러. 각시는 조개 캐느라 힘들어 죽것구만. 혼자 싸돌아 댕겨."할아버지 : "(풀죽어) 내 잘못했네."노 부부 대화에서 상황 파악 끝. 할아버지가 조개 캔 것 챙겨야 하는데 그걸 않고 놀다 온 겁니다. 머리 하얀 할아버지, 할머니 구박 앞에서 아무 말 못합니다. 온 몸으로 미안하다 표현하며 고개 푹 숙인 채 쪼그리고 앉아 조개만 주워 담습니다. 꼭 저승사자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쓴 웃음이 납니다. 서로에게 당당해야 할 부부가 이게 뭔 꼴인가 싶습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 같습니다. 아니, 생쥐보다 못합니다. 아마, 자초한 일일 겁니다. 할아버지 젊은 날에 할머니 속 많이…. 아내 웃으며 한 마디 던집니다.
"당신 저거 잘 봐 둬요. 늙어서 편히 살려면 지금부터 알아서 잘 해요."이건 학습 효과 백점짜립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후환이 두렵지 않으냐?'는 경곱니다. 에고에고~, 저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직 만회할 여지가 남은 나이라서. 곁님에게 알아서 잘 해야겠네요.
그나저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구박받던 조개로 끓여주신 조개국은 맛있게 드셨어요? 부부, 남자가 도를 통해야 아름답고 당당하게 살아남는 관계지 싶네요. 남자들이 철나는 그날까지 고고~^^ 아내들이여, 남편들 기 살리는 방법도 강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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