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나만 이상한 건가Sea: 나만 이상한 건가
윤솔지
- 'SEA: 나만 이상한 건가', 이 작품에서는 어떤 사라짐을 표현한 것인가요?"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처음 독립을 했을 때였는데요. 주변에서는 걱정하는 마음에 저에게 맞다, 틀리다, 너는 이렇게 가야 한다, 그런 말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나름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는데 말이죠.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데로 살면 안 되나하는 마음이 들었죠. 결국 이 그림에서는 남들이 강요하는 남들과 함께 묻어가는 것 그것에 대한 사라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 두려움, 정체됨, 남들과 함께 묻어감. 이런 것들에 대한 사라짐이라면 지난 2여 년간 작품들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의식의 파편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맞아요.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고 볼 수도 있어요. 혼란의 극점에 있었을때 'Last scene: 너의 눈에 비친 내가 보는 마지막 너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어요. 파랗게 질린 얼굴을 죽이려고 하는 빨간 손. 그런데 그 살인자는 죽는 사람의 동공에만 보이고 있는 순간을 표현한 거죠.
생명과 기억이 사라지지만 동시에 죽기 전의 두려움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자기암시도 숨어있어요. 이 작품을 끝내고 나서 그 당시 겪고 있던 제 안의 많은 어두운 부분이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이후부터 오히려 색감이나 선의 선택에서 자유로워졌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속은 뻔히 어두운 데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밝은 색을 억지로 쓰려하지 않는 것 같은."
-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깊었어요. 하지만 하루 12시간씩 7년을 고양이 그림만 그리다보니 몸도 지치고 이제는 제 작품을 창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급기야는 폐렴에 걸리고... 쉴새없이 달려오다 보니 제동이 걸린 거죠. 하지만 정작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직장 7년까지 어쩌면 한순간 소속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고, 이제부처 나 혼자 서야 하는구나 하는 두려움과 함께 설렘도 느꼈었는데…. 딱 울타리 없는 들개의 심정이었어요."
-그럼 지금은 어때요?"지금은 열심히 뛰기 시작한 들개라고 할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