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휴식.
권은송
6.25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의 가치관과 의식주 등 생활 전반을 뒤흔든 가장 큰 상처였다. 전쟁의 화마에 떠밀려 피난처를 찾아 남으로 남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에게 40계단은 생존을 위해 오르내려야 했던 처절한 생존의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가 조성되어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세대에게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오프닝 장면이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것처럼 이야기 속의 흥미로운 장소로만 여겨질 수도 있다.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한 테마거리 곳곳의 조형물들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조성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남은 음식을 재활용한 꿀꿀이죽과 강냉이 죽 사진, 전란 속 학구열을 보여주는 천막 학교 사진, 지게꾼 아버지가 힘든 노동에 지쳐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의 조형물, 물자가 귀한 전란 중에 어린 나이에 40계단을 올라 매일같이 물을 길어 나르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 거리의 악사가 피난살이 설음을 달래주던 아코디언 조형물 등은 우리 세대에겐 다소 생소한 장면이다. 어쩌면 지금으로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당시의 생활상이 재현된 조각상은 단순히 기념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 정도로만 인식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