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마을은 추억처럼 자리하고 잇었지요.
임현철
섬진강을 바라보며 걷던 중, 엉뚱한 상상력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저거 봐. 마치 팝콘 같지 않아?"고개를 돌렸습니다. 대체 뭐가 팝콘 같다는 건지…. 방향을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갔습니다. 손가락은 매화꽃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매화는 팝콘을 닮아 있었습니다. 심심풀이용 주전부리 팝콘을 닮은 매화, 참 재밌데요. 매화 꽃길은 상상력을 동원해 걸으니 더욱 운치 있더군요.
취향은 제각각입니다. 청매가 좋다는 분, 홍매가 더 매력적이라는 분. 저는 둘 다 좋습니다. 홍매는 이른 봄과 썩 잘 어울립니다. 겨우 내 지탱하던 빛바랜 겨울 색이 홍매와 어울리니 확 튀는 궁합으로 다가오니까. 청매는 또 청매대로 푸릇푸릇함이 생명이지요. 매화를 볼 때마다 아쉬운 게 있습니다. '설중매'. 이는 매년 갖게 되는 희망사항입니다.
매화가 모여 사람까지 모으고 있습니다. 힘을 합치니 뜻이 또렷해지는 게지요. 덕분에 경제까지 꿈틀거립니다. 지천으로 피는 매화는 사람을 모아 경제의 바탕이 됩니다. 때 아니게 궁금증이 입니다.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매화는 뭘 먹고 살까?
매화 밭 아래에 거름이 수북합니다. 자연의 은혜를 입은 인간이 자연에게 되돌려주는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거름은 땅이 흡수해 나무에게 전해주는 관계의 작용입니다. 자연은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왜? 그래야 자연이 또 인간에게 마음껏 베푸니까.
"고마워요!"매화 꽃밭을 거닌 후 아내의 감사 표시. 이 말 앞에서 괜히 어깨가 우쭐해집니다. 그저 따라 왔을 뿐인데, 감사는 혼자 독차지하는 민망함 속에서도.
광양뿐 아니라 하동, 구례, 곡성 등 섬진강 변에서는 백사장 걷기, 자전거, 레일바이크 등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겨울이 내는 막바지 용심, '꽃샘추위' 때문에 즐기는 걸 잠시 뒤로 늦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