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허지웅 | 아우림 | 2014.03.05. | 1만2000원)
아우름
허지웅이 그려낸 김갑수씨의 삶과 연애 그리고 그를 통해 드러나는 본문 속 세상은 극단적이지 않다. 어느 부분도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어둡고 암울하게 표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비판적인 시선을 날카롭게 세우지 않았지만, 마냥 가볍게 흥겨운 분위기만 이어가지도 않는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애매한 감정과 모호한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애를 하고 또 회상하면서 변해가는 김갑수씨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말하려는 듯하다. 우리의 삶과 연애, 사랑과 섹스도 결국은 갑수씨가 겪은 것과 닮아있다고.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영화와 소설에서 대리만족하려는 것처럼 아름다운 꿈나라가 아니며,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일은 때로 지옥 같은 것이라고. 또한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이 계속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그는 덧붙인다.
특별하지 않은 개인의 삶을 짤막하게 써낸 이유는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뒤죽박죽인 갑수씨의 인생이 사실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그도 결국 또 한 명의 사람이라고 느낌으로써 우리네 삶과 사랑을 돌아보게끔 하는 것. 물론 작가 허지웅은 김갑수라는 인물을 선과 악 혹은 다른 잣대로 섣불리 평가하려고 들지 않는다. 다만, 그 인물을 우리 앞에 덩그러니 던져놓을 뿐이다. 어떤 것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할지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다.
애처로운 김갑수는 또 다른 허지웅 아니면 그와 공통분모를 지닌 한 명의 평범한 남성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이별에 가슴 아파하고 그럼에도 또 사랑하는. 힘들어하고 또다시 힘들어하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한 사람을 담고있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가 지난 3년간 썼다는 이 소설의 여기저기에서 그가 트위터에 썼던 익숙한 문장들이 등장해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나 혼자만의 감상일까.
여하튼 본문에 쓰인 문장처럼, 덕분에 '가끔 깨닫고 대게 까먹는 것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에서 되돌릴 수 없는 어느 순간들과 그것들을 스쳐지나는 사이에 생기는 삶의 균열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을 껴안고서 버겁더라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표정들도. 이렇게 보자면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에는 갑수씨는 물론이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사정이 들어있는 셈이다. 아니, 부디 확실하게 그랬으면 한다. 이렇게 야하고 알싸한 책을 읽고 나만 공감한 것이라면, 무슨 이유인지 조금은 부끄러우니까.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허지웅 지음,
아우름(Auru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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