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 맨해튼 이스트할렘의 주거용 빌딩 붕괴 사고 현장을 보도하는 CBS방송 갈무리. ⓒ CBS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할렘에서 주거용 빌딩이 붕괴됐다.
미국 뉴욕소방국(FDNY)은 12일 오전 9시 30분께(현지시각) 이스트할렘 116번가와 파크애비뉴 인근의 5층짜리 주거용 빌딩 두 채가 폭발과 함께 붕괴되면서 2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최소 2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상자가 있고 붕괴된 건물 속에도 아직 사람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CBS, NBC, CNN 등 주요 방송사는 현장에서 속보를 전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갑자기 커다란 폭발음이 일어나더니 화염과 연기가 치솟으면서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폭발과 붕괴의 충격으로 인근 건물도 유리창이 깨지고 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커졌다.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 맥 메이어는 CBS 인터뷰에서 "집에서 누워 쉬고 있는데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 밖으로 나와보니 건물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며 "마치 전쟁터에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즉각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또 폭발된 건물 잔해가 철도와 도로에 떨어져 사고 현장 인근의 전철 운행을 중단되고 도로 역시 폐쇄되면서 도시 전체가 큰 혼란을 겪었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고에 관한 보고를 받은 뒤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사고 수습을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고 밝혔다.
가스 누출로 폭발 추정... 테러 아닌 듯
뉴욕 한복판에서 엄청난 폭발과 함께 건물이 붕괴되면서 연기가 하늘을 뒤덮자 시민들은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면서 테러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더구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9·11 테러가 일어났던 세계무역센터로부터 불과 16㎞ 떨어진 곳이다.
뉴욕 센트럴 파크 북쪽에 위치한 이스트할렘은 주로 저소득층 가정이 거주하는 노화된 주거용 빌딩이 많은 지역이다. 히스패닉계 주민이 지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한국계 주민은 거의 없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인근의 125번가 15층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목격자 사무엘 폴은 "엄청난 연기가 피어올랐으나 화재로 인한 것이 아닌 먼지 연기처럼 보였다"며 "9.11 테러 당시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폭발이 일어나기 얼마 전 가스 누출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현지 주민들 역시 가스 냄새가 강하게 났다고 말하는 등 테러가 아닌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취임한 빌 더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를 비롯한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와 수습 작업을 이끌고 있다.
블라지오 시장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발 15분 전 가스 누출 신고가 접수됐지만 작업 인원이 도착하기 전에 폭발이 발생했다"며 "붕괴된 아파트 중 한 곳은 가스관이 낡아서 곧 새로 교체할 계획이 잡혀 있었다"고 밝혀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블라지오 시장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FBI(미국 연방수사국) 폭발물 전담 요원들도 현장에 도착해 테러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FBI 관계자 역시 "아직 테러나 범죄의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블라지오 시장은 "사람을 구해내야 하는 어떠한 조짐이나 시간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최악의 비극"이라며 "건물 잔해 속에 갇힌 피해자를 찾아내기 위해 완벽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 지역에 전력과 가스를 공급하는 콘 에디슨의 엘리자베스 매튜 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 13분께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았다"라며 "이번 사고가 가스 누출과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말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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