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의사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등록 2014.03.14 14:12수정 2014.03.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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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아침] 이날은 우리 둘째의 선택 예방접종이 있는 날이라 회사에 조금 늦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 날이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내과에 가서 접종을 할 생각이라 넉넉잡고 한 30분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3월 10일 오전 9시] 남편을 출근시키고,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다. 그리고 둘째를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3월 10일 개인사정으로 금일 휴업'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병원문이 닫혀 있었다. '어? 무슨 일이지?' 하는 마음으로 다음 블록의 다른 병원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이비인후과 역시 휴업 문구가 내걸린 것을 보고서야 무슨 일이 있음을, 지난 주 내내 신문상에 듣던 의사 휴진이 오늘부터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온 동네 병원에 확인전화를 해보고 진료를 본다는 아동병원에 가 둘째 접종을 했다. 그때 시각은 이미 오전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덕분에 제대로 고생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의사 파업을 지지한다. 엄마로서.

돈 때문에 의사를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위해 둘째를 업고 2시간 이상을 헤매며 휴진하는 의사들이 야속하다는 마음이 들기는 했따. 그래도 나는 이번 의사 총 파업을 지지한다. 지금 나는 고작 하루이틀 늦어도 괜찮은 예방접종을 위해 의사를 찾았지만,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문제가 국회를 통과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의사를 찾지 못할 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 자회사 법안이 일단 통과되면 의료업 전반에 자본이 유입될 수밖에 없고,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영리 병원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래도 꽤 바람직하게 정착된 건강보험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불 보듯 뻔한 이치 아니겠는가. 어쩌면 우리 둘째가 내 나이가 될 무렵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아이 예방접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안 되지 않겠는가. 그럼 안되고 말고.

'왜 꼭 파업이어야 하느냐,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라며 불평하는 사람들도 파업이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는 의사들을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한다. 이 문제는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 없어도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위층 소수를 제외한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한 말이 있다. "신문으로 보던 의사 파업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의사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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